의료메타버스학회 창립식 및 학술대회 개최…정의 다각적 논의
"메타버스 핵심은 사용자 유지…의료계만의 사업모델 제시해야"
지금의 방식으론 메타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관련 논의가 기존의 첨단기술 활용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7일 개최된 의료메타버스학회 창립식 및 기념 학술대회에서 메타버스의 역할과 전망, 정책적 기반 및 의료계 활용 방안과 산업계 동향이 논의됐다.
한국과학기술원 우운택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메타버스 시대 역할과 전망을 전하며 지금의 방식으론 메타버스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먼저 그는 현재 의료계에서 메타버스 활용방안으로 환자 시뮬레이션 및 모니터링, 정신건강 관리, 모의·공동 수술, 건강 컨설팅, 의대생 교육·훈련 등이 논의되는 상황을 조명했다. 또 이 같은 내용은 기존의 첨단기술 활용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의되는 활용방안은 굳이 메타버스가 아니어도 실현 가능한 것들이라는 의미다. 의료계가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 같은 문제가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그 속성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메타버스는 현실이 가상으로, 가상이 현실로 쌍방향 확장되는 개념으로 사람이 가상의 공간 계속 머무르면서 세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관련 논의가 사람을 배제한 채 이뤄지고 있다는 것.
우 교수는 "메타버스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가상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선 기존에 어려웠던 것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가능해지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로 사용자가 가상의 세계에 상주하며 경제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이를 위해선 첨단기술들을 융합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관련 고민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 가상 세계에선 사용자의 일상 정보가 기록돼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더욱 중요하며 도덕적인 관점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국내 병원의 메타버스 활용 사례를 보면 공간만 마련했을 뿐 사람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며 "지금 같은 방식으론 메타버스가 성공하기 어렵다.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콘텐츠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용기 이비인후과 교수는 메타버스 의료계 활용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의료에서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생활기록, 미러 월드(증강지원 시스템), 가상세계 등 크게 4개의 핵심구성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각의 기술과 관련해 ▲가상세계는 가상의 진료환경 교육 환경을 구성하기 위한 기본 틀 ▲증강지원 시스템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가상환경 구축을 위한 기술 ▲미러 월드는 메디칼 트윈(모의 수술)에 현실 데이터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또 증강현실을 통해 이 같은 요소들을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해 각각의 요소들이 융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 교수는 메타버스를 여러 분야에 적용하기엔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VR의 경우 실제와 비교했을 때 해상도가 떨어지고 인체를 가상세계에 구성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35세가 넘어가면 VR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의료메타버스학회의 역할은 기존의 방식과 메타버스 기술 간의 전문성·교육효과·비용효과·치료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라는 제언이다.
정 교수는 "메타버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 발전을 위한 수단이다"라며 "의료메타버스학회는 이런 기술을 검증해 실효성을 높이고 메타버스가 의료에 정착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로스쿨 박혜진 교수는 의료메타버스의 정책적 기반을 설명하며 아직 우리나라에선 메타버스 관련 법적·정책적 이슈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의료계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되면서 비대면진료, 사적인 정보 보호 및 보안, 책임의 분배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지적재산권 등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 논의에서 불거진 문제가 그대로 확대·재생산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한시적인 제한이 풀리면 관련 행위가 불법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를 통한 진료를 위해선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사적인 정보 보호 및 보안 문제와 관련해선 가상세계상 성추행 및 차별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한 상황을 조명했다. 또 업체 측이 보다 다양한 생체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길 타깃 광고 등의 문제점을 우려했다.
특히 메타버스에서의 환자 정보가 해킹 등에 노출될 시 단순히 노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건강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책임 문제와 관련해선 메타버스가 의료기기로 사용되면서 생길 소프트웨어 결함, 진단 오류 등을 우려했다. 이 경우 의료수준에 부합한 진료를 했다면 의료인의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기술 진보에 따라 관련 기준이 변화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기 결함인 경우 제조업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현행법상 관련 기준이 동산에 한정돼 있어 실물이 아닌 메타버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책임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보험이나 제조사 간의 계약을 통한 위험 분산이나 기금 통한 배상 등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밖의 보안 등 여러 문제에 대한 학회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 김준환 이사는 의료메타버스의 산업계 동향과 관련해 정부가 메타버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기업들도 관련 시장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 분야에서의 메타버스는 기술적인 한계로 교육에 집중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교육에서 만큼은 그 활용도가 다양한 상황을 조명했다.
실제 여러 국내외 업체들은 환자 시뮬레이션을 통한 병증 진단부터, 메디칼 트윈을 이용한 모의 수술 및 수술실 플랫폼을 통한 공동 수술 등의 임상교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서 병원 시설을 랜더링해 동선 교육 및 물류 최적화 등에 활용하거나, 특수 장비 착용법 및 의료기기 사용·수리법을 교육하는 서비스도 있었다.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앱을 통해 환자의 병증을 진단하는 방식의 서비스도 있었다.
김 이사는 "메타버스 산업적인 얘기는 장비적인 얘기다. 장비 기술이 좋아지고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며 "원격 협진과 다학제 진료 수술 플랫폼, 수술 네비게이션 및 당뇨병 등 역학적 측정이 가능한 부분에 대한 메디칼 트윈 등이 학회의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의료메타버스학회 박철기 회장은 "여러 학술 활동을 진행하는 한편, 정부와 여러 메타버스 연구기획 및 과제를 진행하는 등 기술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며 "메타버스는 각계 전문가가 모여야 하는 내용임에도 그동안 연구자들이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소통의 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