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1차 폐암약 청신호…키트루다 모델로 급여 넘을까

발행날짜: 2022-10-17 05:30:00
  • 내년초 적응증 확대 허가 기대…타그리소 경쟁 관계 다시 주목
    수술 후 보조요법 시장 영향 '단독 1차 치료제' 가능성도 대두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통해 1차 치료제 적용 가능성을 증명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다국가 3상 임상에서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있어 대조약 대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 개선을 입증한 것.

개발사인 유한양행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당장 내년 초 국내 식약처 허가를 통한 적응증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허가만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같은 해 1차 치료제로 급여 확대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된다.

희망적인 1차 치료제 임상, 초고속 '역사' 이어갈까

16일 유한양행 등에 따르면, 렉라자 글로벌 3상 시험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활성 EGFR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한양행은 2019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13개국 119개 시험기관이 참여했다.

임상 결과, 렉라자는 1차 평가 변수로 대조약인 아스트라제네카 이레사(게피티니브)에 비해 질병 진행 혹은 사망의 위험을 55% 감소시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PFS을 개선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유한양행은 공시를 통해 밝힌 렉라자 글로벌 3상 임상 결과와 함께 객관적 반응률, 전체 생존 기간이 포함된 2차 평가변수를 오는 12월 주요 학술행사에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당장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폐암 1차 치료제 적응증 확대를 위한 허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LASER301' 글로벌 임상 3상을 총괄한 세브란스병원 조병철 교수(종양내과)는 "이번 다국가 임상 3상을 통해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서 평가목적을 달성했다"며 "렉라자가 전 세계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원활하게 추진만 된다면 내년 상반기 내 적응증 확대 허가가 매우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이제 관심은 렉라자가 어느 시점에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권에 들어올지다.

지난해 초 식약처 조건부 허가 이후 반년 만에 이례적인 초고속 트랙을 밟으며 폐암 2차 치료제로 급여로 적용됐던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를 고려할때 당장 같은 해 하반기 급여 적용도 가능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의료진과 제약사가 힘을 합쳐 개발했다는 '국산 프리미엄'이 붙은 항암 신약이란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번 1차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공개 방식에 고민을 많이 했다. 올해 12월까지 세계적인 학술대회가 계획돼 있지 않는 점에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단 1차 치료제 급여 적용 보다는 적응증 허가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키트루다-티쎈트릭' 모델 혹은 단독? 급여확대 '관심'

임상 현장과 제약업계에서는 향후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의 1차 치료제 진입 경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만약 유한양행이 계획대로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 및 급여 확대를 추진한다면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와 1차 치료제 급여 진입 경쟁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타그리소는 이미 폐암에 대해 2차 치료는 물론 1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허가를 받은 상태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한 임상 데이터에 발목이 잡혀 몇 년 째 급여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한폐암학회 김영철 이사장(화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은 "대상이 되는 환자의 경우 렉라자 처방을 진행해 보고 있다"며 "타그리소의 경우 1차 치료가 비급여라는 점에서 대부분 2차로 쓰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타그리소를 쓸 환자 일부에게 렉라자를 적용해보는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이에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서의 임상 효과를 증명해내면서 타그리소와의 간극을 빠르게 좁히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두 약물간의 1차 치료제 급여 확대 경쟁과 관련해 올해 있었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논의 과정을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당시 급여 확대의 핵심 역할을 하는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해당 약물을 같은 논의 선상에 올려 논의하는 동시에 제약사인 MSD와 한국로슈의 일정 수준의 재정 부담 혹은 약가인하를 요구했었다.

이를 통해 정부는 키트루다와 티쎈트릭을 연달아 급여확대 하는 대신 약가 인하에 준하는 재정 부담을 제약사로부터 얻어냈다.

마찬가지로 렉라자와 타그리소도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 1차 치료제 급여 확대를 논의하면서 약가 인하에 준하는 조건을 제약사에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암질심 위원장을 지낸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아직 렉라자의 글로벌 3상 임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급여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면 두 약물 중 특정 약물의 뚜렷하게 우월하지 않은 한 보통은 같은 논의 선상에 올려 1차 치료제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열홍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치료옵션을 제공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덜한 방안을 택할 것"이라며 "더구나 한 약물만 급여해주는 것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가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 확대 보다 '초기 환자 치료 수술 후 보조요법' 급여 확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올해 5년 만에 초기 폐암 환자의 보조요법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타그리소'와 '티쎈트릭'의 사용을 강력 권고한 바 있다.

동시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2를 통해 타그리소가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효과를 입증한 ADAURA 3상 분석 데이터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수술 후 보조요법에 대한 타그리소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는 상황. 즉 회사 측이 폐암 1차 치료보다는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의 타그리소 급여 확대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열홍 교수는 "폐암 1차 치료제 급여 확대의 관건은 렉라자의 임상 데이터 결과로 타그리소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에서 우월성을 보이지 못했다. PFS도 서양인과 아시아인에서 차이가 존재하면서 1차 치료제 급여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결국 폐암 1차 치료제 진입 경쟁에서 렉라자도 임상 데이터로 우월성을 입증해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타그리소는 현재 폐암 1차 치료제보다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활용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회사도 여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급여 확대 논의 시 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 보다 해당 안건이 중요한 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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