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 폐교후 등장한 '공공의대', 국회서도 엇갈린 의견

발행날짜: 2022-12-09 13:20:55
  • 국회, 공공의대 공청회서 설립 5개 법안 두고 찬반 첨예
    자체 반대의견부터 추진 방향성까지 폭넓은 의견 교류

"의사 수 절대적으로 부족" vs "의사 수 절대 부족하지 않다"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을 놓고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는 의대 설립을 위한 기본적인 시선에서부터 엇갈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계류 중인 공공의대 설립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 대상이 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2020년 6월과 지난해 3월 발의된 것으로 총 5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서동용·기동민의원,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과 김형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공공의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을 위한 의대 설립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청회에는 법안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기획실장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이종구 서울의대 전 가정의학교 교수 등 4명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진술인 중 우봉식 소장만이 '공공의대' 설립 그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왼쪽부터 김윤 교수, 나영명 실장, 우봉식 소장, 이종구 전 교수. 이들은 국회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했다.(사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캡쳐)

김윤 교수는 "지역 의료 격차는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의료문제"라며 "복지부는 전국을 55개 중 진료권으로 나눠서 정책을 펼치고 잇는데 그 중 17개 진료권에는 300병상 이상 2차 병원이 없고, 입원환자 사망률이 1.3배 이상 높았다. 의료취약지에 거점병원을 확충하려면 4000명 정도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취약지에 전체 국민 7명 중 한 명이 현재 거주하고 있지만 골든타임이 있는 중증응급질환은 진료받지 못하고 전원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라며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국가 공공병원들이 수련병원 역할을 하고, 취약지에 의료인이 배치돼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전 교수는 공공의료에 뜻이 있는 좋은의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의대를 따로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전국에 분포한 40개 의대에서는 공공의료에 철학을 가진 의사 인력 양성을 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교수는 "취약지역에 의사를 보내기 위해 별도 대학을 가진 경우가 많다. 공통점은 의사 양성부터 수련, 배치까지 파이프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수련 후 경력관리까지 일관된 정책을 갖고 있어야 취약지 의료기관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의사 양성과정에서 취약지 근무에 대한 철학과 사회성을 갖고 있지 않다. 국립의대가 자기 지역에 의사를 보내기 위해 특별교육을 시키고 있지 않다"라며 "단순히 보건복지만 보면서 공보의에 의존해온 시간이 40년이다.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의사 양성 과정에서부터 별도 트랙을 가지기 위한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봉식 소장은 관동의대와 서남의대 사례를 언급하며 '공공'을 위한 의대설립 자체를 반대했다.

우 소장은 "문민정부 시절 지역균형발전 명분으로 관동의대와 서남의대가 만들어졌지만 교수진, 수련환경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개인의 피해와 상처만 남긴 고통의 역사가 있다"라면 "의대 설립 문제는 정치적 판단과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면 안된다. 사회적 기회비용만 지불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회는 9일 공공의대법안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엇갈린 여야 시선...논란 촉발시킨 복지부 질타 목소리도

의원들의 시각도 엇갈렸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조명희 의원은 공공의대 설립 논쟁 촉발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이종성 의원은 서남의대 폐교로 발생한 49명의 정원을 활용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 공공의대 설립 논란의 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해당 정원은 전북의대와 원광의대에 나눠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설립에 대해 교육부와도 협의를 모두 마쳤으며 기획재정부 예타까지 거쳐서 부지매입까지 해놨지만 의대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성 의원은 "공공의대 설립이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의료의 지역 불균형, 필수의료 부족의 근본적 해결 방안인지는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라며 "서남의대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추진한다면 그 부분을 갖고 사안을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마치 의대설립이 공공의료 해결책인 것 마냥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끝난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빅5 병원이라도 기피과는 찾지 않는다"라며 "의대 설립이 지역적 불균형을 해결할 수 부분은 아니라는 단편적인 증거다. 공공정책수가나 권역별 의료체계를 확립하고, 지역 의료기관의 서비스 질 확보에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조명희 의원도 복지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조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공공의대 설립 목적의 공공보건의료 책임 인력을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했지만 관련 정책 보고서나 사전기획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라며 "국내 의료 환경에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해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하는데 갈라치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의협의 대표격으로 나온 우봉식 소장의 주장이 '궤변'이라며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 의원은 "필수의료인력은 부족하지만 공공의료인력 확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우 소장의 진술은 궤변이라고 본다"라며 "현실에 의해서 자의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대 설립 필요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 것인가, 현실화 시킬 것인가를 문제로 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이 의원도 더이상 의사정원 증원 문제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중단된 상태인 의정합의를 재개해 지난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증원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공공의대 설립 문제는 지역의사제와 함께 논의가 돼야 한다"라며 "지역의사제를 뺀 공공의대는 같은 오류가 반복될 뿐이다. 공공의대 설립을 보완하는 제도로 지역의사제를 강제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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