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학회, 기자간담회 통해 중증난치질환 인정 촉구
"다른 질환 대비 중증도 낮지 않고 관련 연구도 충분"
"미국은 1형 당뇨병에서 자동인슐린 주입을 표준치료로 권고하지만 한국 의료 현장은 전혀 준비가 안돼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한국을 자동인슐린주입기 운용의 '최빈국'으로 지칭하며 실상을 고발했다.
선천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 되는 1형 당뇨는 반나절만 인슐린 투여가 중단돼도 케톤산증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있지만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 받지 못해 자동인슐린주입기 등 표준치료 적용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을 환자가 자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당뇨병학회는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1형 당뇨병의 중증난치질환 인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증난치질환은 치료법은 있으나 완치가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수준의 증상으로 보이며 진단 및 치료에 드는 사회,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성균관의대)는 "1형 당뇨병은 환자 수로는 희귀질환의 기준을 넘지만 중증난치질환의 정의에는 부합한다"며 "1형 당뇨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저혈당 및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합병증이 다수 발생하므로 경증으로 분류된 다른 유형의 당뇨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된 다른 질환에 비해 중증도가 결코 낮지 않고 이와 관련한 연구도 충분하다"며 "문제는 아직도 1형 당뇨병이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환자들이 치료에 들어가는 고가의 부담금을 스스로 해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주요 이유중에는 불합리한 연간의료비 책정이 원인으로 꼽힌다.
진상만 간사는 "연간의료비에 인슐린 가격만 포함하기 때문에 연간 소요 의료비가 적다는 이유로 중증난치질환 지정이 거부되고 있다"며 "치료에 필수적인 고가의 연속혈당측정, 자동인슐린주입기가 요양비로 분류되 연간 의료비가 100만원도 안되는 질환으로 평가받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2008년 인슐린은 5000원이지만 바늘과 솜이 7000원인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는데 14년이 지난 지금은 그 격차가 더 커졌다"며 "펌프의 기능과 상관없이 똑같은 지원금을 책정했기 때문에 현재의 표준치료인 자동인슐린주입기 구입과 운용에는 고가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인슐린주입 알고리즘이 개발되기 전 기기 부품 원가를 기준으로 책정된 까닭에 5년간 170만원만 인정된다"며 "연속혈당측정과 연동돼 자동으로 인슐린 주입 속도를 조절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기기도 5년간 약 2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이를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모든 1형 당뇨병에 자동인슐린주입을 표준치료로 추천하고 있고 대한당뇨병학회 지침도 같은 방향의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임상 현장의 대응은 부족한 실정이다.
학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슐린 펌프 교육에 대한 수가를 책정하고 1형 당뇨병을 중증난치질환으로 폭넓게 인정해 줄 것으로 촉구했다.
진 간사는 "인슐린 펌프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탄수화물 계수 계산 등 통상적인 진료와 당뇨교육의 수준을 현저히 넘어서는 수준의 지식이 반드시 요구된다"며 "인슐린 펌프를 교육과 함께 처방하는 제도 자체가 없어 환자나 의료진 모두 사용법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인슐린 주입 알고리즘이 탑재된 인슐린 펌프가 국내에도 출시됐으나 국내 현실은 기본 운전방법을 몰라 자율 주행차가 있어도 타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하다"며 "당뇨병 진료비 통계에 요양비가 빠져 연간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100만원 미만 질환으로 분류된 것을 개정해 기기 부담 해소 및 교육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