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노릴 수 있는 혈액암…적극적 급여 정책 필요"

발행날짜: 2023-01-26 05:30:00
  • [학회초대석]대한혈액학회 박용 재무이사
    "고형암 대비 부족한 혈액암 치료 환경 개선 필요하다"

"혈액암은 완치까지 노릴 수 있는 질환인데도 고형암 대비 치료제가 고가에 속한다. 급여 적용이 건강보험 재정에 주는 부담을 인정하지만 완치라는 목표를 생각했을때 최대한 급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60~65세 이상 고령에서 많이 발병하는 혈액암 환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대한혈액학회 등에 따르면 전체 백혈병 환자의 56% 가량을 차지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Acute Myeloid Leukemia)의 경우 최근 20년간 발병률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201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미국, 유럽 등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

하지만 국내로 한정할 때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많이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지난해 3월 조스파타(길테리티닙)과 같은 약물이 급여권으로 들어오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급여 요건의 제한으로 활용도가 떨어져 있다.

고대안암병원 박용 교수

이와 관련해 대한혈액학회 박용 재무이사(고대안암병원)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이 관리(care)가 아닌 완치(cure)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가 악성 세포로 변해 골수에서 증식하면서 생기는 혈액암이다.

급성백혈병 중 가장 흔한 형태로 나타나며, 암 중에서도 유일하게 '급성'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위중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이사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은 특성상 질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돼 생존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서라도 치료 강도를 세게 진행하는 것이 기본 치료법"이라며 "하지만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고령 환자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강한 항암제를 견디기 어려워 부작용이 쉽게 발생하며 치료 도중 사망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대상으로 개발된 표적 치료제가 나오면서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이 기대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2015년까지만 해도 급성골수성백혈병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불과 1~2개밖에 없을 만큼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려운 질환이었다"며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굉장히 제한적이지만 2015년 이후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국내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옵션과 관련된 최근 변화 중 하나는 지난해 3월 마침내 급여권에 들어온 조스파타다.

박 이사는 "조스파타가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하지 않았을 환자도 많이 구제되는 등 혜택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며 "치료가 어려운 사람들의 완화적 목적이 아닌 완치와 생존을 목표로 사용되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명백하게 이득이 있다"고 밝혔다.

"실효성 떨어지는 조스파타 급여조건 개선 필요해"

문제는 조스파타의 국내 급여 기준이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설정돼 환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에 한계가 있다는 것.

현재 조스파타는 FLT3 변이 양성인 재발·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성인 환자 치료'로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대상이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 중에 최대 4주기로 한정돼 있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현재 조스파타 급여 조건을 적용하면 고령 환자 등 조혈모세포이식이 어려운 환자들은 사용이 제한적인 상태"라며 "FDA나 EU에서도 이미 상당 부분 허용한 처방 대상이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조스파타 급여 조건을 적용했을 때 약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 중 3분의2 이상이 급여 기준의 문제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조혈모세포이식을 앞두고 조스파타 치료로 관해가 됐는데 적합한 공여자가 없거나 공여자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이식이 불가능한 상황이 생길 경우 현재 급여 기준으로는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용 교수

이밖에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조혈모세포이식 진행이 어려운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 급여 기준은 이를 제한하고 있어 치료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환자가 조스파타 복용 후 좋은 반응을 보여 지속적으로 치료를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며 "다만 치료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이전에 복용을 통해 이룬 증상 개선 효과를 유지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언급했다.

결국 조스파타의 급여는 환영할 일이지만 급여 기준인 대상자 제한과 제한적 투여 주기가의 한계로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적응증에 맞게 급여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이사의 의견이다.

박 이사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유전자 변이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FLT3로 증식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인 것이 특징이다"며 "그런 면에서 FLT3 변이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급성 중의 급성인 질환으로 재발했을 때 더 공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급여 기준을 빠르게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혈액암 치료제들이 완화가 아닌 완치를 목표로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혈액암은 완치가 목적이고 완치가 가능한 약들은 최대한 급여를 보장해주는 것이 맞다"며 "혈액암은 고형암 대비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약한 편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급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FDA 등 해외에서 허가돼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들의 경우 국내에 빠르게 도입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더불어 백혈병은 진단 후 초기 치료 시기가 중요한 만큼 의료진을 믿고 진단받은 즉시 빠르게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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