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료진들, 지역 응급의료기관 기능 축소될라 우려
복지부 최종 대책에 의료인력·재정 확충 방안 없어 한계 지적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 최종안을 마련했지만 현장 우려가 여전하다. 응급실 과밀화 및 의료취약지 대책이 없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등의 방안을 담은 필수의료 지원대책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예비지표로 중증·응급 및 소아응급 진료기능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미설치 권역 위주로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응급의료기관 평가기준에 소아환자 진료지표를 신설하는 식이다.
또 야간 및 공휴일, 만6세 미만 소아, 중증환자를 받는 경우 가중치를 부여하되 24시간 응급진료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300만원 및 상급종병 지정을 취소 할 수 있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설명서를 내고 이 같은 응급의료체계 개편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대책은 현장이 느끼는 문제와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장 의견을 간과하고 몇 개월 만에 간담회 몇 번으로 만들어 낸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 정도의 무성의한 대책에 나아질 필수의료라면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제공 및 의료기관 진료역량 강화 방안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환자를 각 지역에서 최종치료까지 완결하려면 상급의료기관이 언제나 환자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선 전원과 119이송이 가능하도록 항상 중환자실이 비어 있어야 하고 수술할 의사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충분한 자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응급의료체계 개편 및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개선을 통한 중증응급의료센터의 기능적 확대는 바람직하다고 봤다.
하지만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기능을 축소하는 방안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 기관은 의료취약지에서 응급의료의 1차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중증응급의료센터에 경증 환자가 방문할 수 있듯, 지역응급의료기관에도 중증응급환자가 방문해야 상급기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역 내 순환당직제도와 관련해선 이미 시행 중이지만 보상이 적어 참여가 저조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또 응급의료정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누군가 응급실 현장에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아·산모 진료지원 대책에 인력 확보 방안이 빠진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인프라 확충에서 인력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의사회는 "의료인력 확보방안에 피교육자인 전공의 근무시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것은 현재 정책당국자들이 생각하는 인력수준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며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 대책이야 말로 졸속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효과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이 동의하지 않는 탁상공론과 정책은 절대로 성공적일 수 없다"며 "과밀화와 취약지 대책이 없는 응급의료체계 개편은 아무 의미가 없다 비전문가들을 배재하고 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할 논의체를 구성하라"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역시 구체적인 재정 계획 없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현장 참여를 유도할 보상으로 공공정책수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증액 관련 계획이 없어 지원이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관련 보상이 특정 진료과목에만 제공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없다는 것은, 종별·분야별 보상체계를 조정해 필수의료 보상만 강화하겠다는 뜻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어느 병원에서든 의료인력이 정상적으로 고용돼야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필수의료 살리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상대가치 점수제도는 출발부터 잘못된 기형적 제도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사회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은 의사 행위료를 그대로 둔 채 내놓는 개선책은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며 "나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비해 조금 더 안정적이기를 원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사명감에 어울리는 보상과 법률적인 보호다"라며 "재정지원이 없고 법률적인 보호 대책이 빠진 이번 대책으로는 필수의료 분야 전공자를 만족 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