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국가책임, 백신부작용은?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3-02-06 05:00:00
  •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세월호는 국가 책임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2015년 9월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보상을 거절하고, 단순히 피해를 위로해주는 성격의 보상이 아닌 국가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보상액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평균 보상금인 약 4억원보다 많은 평균 6~7억원대의 배상이 결정됐다.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간은 총 7년4개월이다.

재판부는 12차 재판에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켜 변침 과정에서 복원력이 상실되는 사고를 야기한 점 ▲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한 점 ▲ 해경 123정 정장은 승객들의 퇴선유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 ▲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한 책임 등을 인정했는데, 이 중 선박회사가 아닌 정부의 책임은 34번째 사항으로 추정된다.

필자가 아는 한 정부의 한 개인이 아니라 정부라는 조직 자체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이와 같은 판결은 처음인 듯하며, 이와 같이 어렵고 지난한 싸움을 끝까지 싸운 세월호 유족들에게 참으로 경의를 표한다. 한두명이면 할 수 없었겠지만 함께 했기에 가능했으리라.

필자는 이 판결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이 떠올라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은 국가의 코로나백신 접종 장려정책에 협조해 백신을 접종한 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국가에서 책임져야 마땅하고, 이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모두 말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말 어떻게 한 국가의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이럴 수 있을까 참으로 참담할 따름이다.

또한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가족이 사망하고 자녀가 중증의 피해를 입었어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형편이라 자주 모이기 어렵고, 어렵게 2주에 한번씩 모여 토요집회를 열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는 이가 없어 쓸쓸하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때 반짝 관심을 두는 듯 했지만 국정감사가 끝나니 도루묵이다. 이전 질병관리청장은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앞에 두고 어떤 책임감 있는 얘기를 하지 않고 결국 사퇴했지만, 새 질병관리청장은 아예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마디 언급이 없는 냉혈한이다.

결국 정부가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문제의 근본은 무엇일까?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모두 백신부작용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정부의 인과관계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고려의대 최재욱 예방의학 교수님,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님,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교수님, 환자의 부작용이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부작용 보고서를 작성한 대학병원의 교수들, TV에 출연해 자신이 돌본 환자가 입은 피해는 백신 때문이었다고 말한 의사들, 지방의 역학조사관 의사들, 필자가 대한의사협회 의료윤리위원회에서 정부의 인과관계 평가의 문제점을 발표했을 때 동의하신 많은 전문가들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백신인과관계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백신안전성위원회 위원장이신 박병주 교수님 또한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역학 연구 결과는 개별 사례의 인과관계 평가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역학연구결과 뒤에 숨어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전문가들, 국회의원들 등의 견해를 무시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가?

이제 벌써 2년이 지났다.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은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끝나겠지 라는 희망했지만 다시 차가운 겨울을 지내면서 이제 결코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고통이 지속될 뿐이다.

그들이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처럼 한시에 사망하지 않았다고 해서, 한시에 중증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개개인의 고통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사회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더더욱 고통이 크다. 이제는 그들도 점점 지쳐서 무기력감과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몰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부디 필자를 접촉하기 바라며, 필자가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 정부가 인과관계 평가를 위해 따로 세운 백신안전성위원회의 박병주 교수님을 부디 접촉하기 바란다.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holymed4321@gmail.com 다. 부디 정부는 백신부작용 피해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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