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 지원 강화안 발표
국회 2월 내 논의 예정…실제 통과 여부는 불투명
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한 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시설투자와 투자세액공제율 상향안의 통과가 늦어지면서 바이오기업들이 조속한 통과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제1회 국무회의를 통해 반도체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방안 추진안을 공개했다.
정부가 공개한 방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해서는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8%에서 15%로, 중소기업의 경우16%에서 25%까지 세액 공제폭을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기재부는 1월 중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을 마련해 조속히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국회 기회재정위원회가 오는 22일 조세소위원회를 통해 개정안을 심사하겠다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의 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상향하는 조특법 개정안 정부안에 합의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부담은 점점 더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처럼 세제 지원에 먹구름이 끼자 한국바이오협회 등 바이오업계는 더이상 백신 등 바이오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를 늦춰서는 안된다며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민간 시장 전환에 따른 자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바이오협회는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변이 발생과 같은 긴급 상황이 벌어지면 협상력이 큰 정부나 기업이 백신 구매를 주도하게 된다"며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곳은 공급이 늦어지는 보건 안보 불균형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를 보면 우리나라 백신 무역수지 적자가 8억 달러에 달했으며, 백신의 수출입에 있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2021년 기준 예방접종 백신 28종에서 국내 생산 가능한 백신은 11종에 불과한 상황이다.
결국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이 39.3%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R&D 및 설비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바이오협회의 입장이다.
과거에 비해 치료제 개발과 생산시설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이 대폭 증가하고,투자 및 준공 이후에도 밸리데이션 등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이러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백신은 국가전략기술로, 항체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혁신적인 바이오기술은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있는 만큼 조속한 논의를 통한 지원이 강조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나온 안을 기준으로만 봤을 때 이번 세제지원 방안과 관련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설투자에 대한 비용투자 규모가 크고 공제율이 퍼센트(%) 단위로 설정되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중소기업도 추가세액공제까지 감안할 경우 최대 35%까지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세부담 감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과를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소기업들은 한정된 자금 안에서 투자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혜택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인상 등으로 지난해 국내 바이오분야 신규투자가 전년 대비 34.1% 줄어드는 등 민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민간 투자의 유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R&D나 임상에 대한 투자나 금융적 지원과 관련해 인센티브나 세제혜택을 강조해왔다"며 "현재는 상당히 넓은 범위의 내용이 담겨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다양한 구체안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 분야에 R&D 투자 등 지속적으로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세제혜택이 간다면 훨씬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뤄내긴 쉽지 않겠지만 이미 산업 생태계가 조성된 반도체 등의 분야와는 달리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