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화두는 'ESG' …키오스크·텀블러 동원령

발행날짜: 2023-04-28 13:16:01 수정: 2023-04-28 12:09:46
  • 세계유방암학술대회, 친환경 테마로 '지속가능성' 전면에
    "e-포스터 존, 생분해 쇼핑백 등 ESG 실천 노력…향후 보편화될 것"

GBCC 2023은 플라스틱 네임택을 사용하지 않는 무인등록 키오스크를 선보였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에요?"

28일 그랜드워커힐 호텔 지하1층, 학술대회 등록 데스크 옆에 마련된 세로 형태의 낯선 모니터 세 대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사전 등록한 회원들은 학회로부터 바코드를 전송받았다. 스마트폰에 나타난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휴대폰 번호, 혹은 이름을 입력하면 오른쪽에 위치한 프린터에서 스티커 형태의 명찰이 인쇄돼 나온다. 명찰 스티커에 뒷면을 제거하고 네임택에 붙이는 '셀프 등록'이 학회에 등장한 것.

한 회원이 스마트폰 바코드 스캔에 계속 실패하자 관리 직원은 핸드폰 번호로 시도해 보라고 안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기조와 맞물리면서 각종 매장에서 키오스크가 등장했지만 국내 학회에서는 다소 생경한 풍경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평.

정작 학회가 이날 키오스크를 전면에 등장시킨 것은 비대면 기조와는 결이 사뭇 달랐다. 키오스크의 등장은 바로 최근 학회의 화두인 ESG로의 전환을 알리기 위한 '상징'과도 같다는 것. 실제로 학회가 사용한 네임택은 종이로 만들어 그간 학회가 사용한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를 고집하지 않았다.

네임택이 학회 기간에만 사용되다 버려지고, 수 천명의 회원이 현장을 방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회용 네임택 플라스틱 케이스의 폐기량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정준 학회 조직위원장은 "올해 학술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전면 대면 행사로 개최하게 됐다"며 "전 세계 37개국 2500명 이상의 회원, 전문가들이 모여 규모로는 역대 최대"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서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라는 ESG가 부상하고 있다"며 "작년부터 국내 학회에서도 ESG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뒷받침되고 있고 한국유방암학회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큰 규모의 학술대회의 경우 참가자가 3000명을 넘기기도 한다. 학술대회가 연간 1~2회 이벤트에 그칠 수 있지만 그 기간에 소모되고 폐기되는 종이컵, 팜플렛, 도시락 용품, 학회 책자와 같은 일회용품의 양이나 해당 폐기물이 자연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면 학회 역시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성'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논리다.

GBCC가 기획한 각종 ESG 관련 아이디어

학회장을 둘러본 결과 다양한 곳에서 이와같은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기존 학회의 방식에 익숙했던 회원들을 위해 곳곳에 설치된 배너들은 '사소한 불편'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GBCC의 작은 발걸음'을 내건 배너는 ▲종이 없음 ▲생태계친화적 물질 사용 ▲재활용을 안내하고 있었다.

QR 코드를 통한 온라인 책자 사용 및 온라인 증명서 발급으로 종이 사용을 줄이며, 텀블러 사용 및 라벨없는 생수병 사용으로 환경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 관계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학회 취지를 살리기 위해 사탕수수로 만든 친환경 폐트병 생수를 기획해 라벨이 아예 없는 생수를 제공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비닐봉투 사용이 필요한 경우 생분해성 인증을 받은 쇼핑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쇼핑백을 살펴본 결과 "EL-724 생분해성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100% 생분해성 수지로 제작돼 폐기시 스스로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안내 문구가 표기돼 있었다.

행사장에 준비된 간이 카페 역시 텀블러 사용을 권하는 배너를 달고 있었다. 카페 역시 분해 조립이 간편한 파쇄 나무로 만든 합판으로 제작됐다.

카페 관계자는 "아직까진 일회용 종이컵 사용 빈도가 많지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만큼 문화로 정착된다면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슈퍼마켓에 장바구니를 들고다니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미래에는 학회장에 텀블러를 들고오는 회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이를 없앤 e-포스터 존

작년 내분비학회는 학회에서 처음으로 ESG 도입을 주창하면서 학회의 존재 목적과 의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엄밀하게 기업체와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내분비학회는 ESG를 Enterprise(핵심사업)·Society(사회공헌)·Governance(조직경영)로 재해석해, 핵심사업 부분에서 국제학술대회와 학술지의 글로벌 위상 강화, 미래 선도 연구, 영향력 있는 근거 생산 등을 내세웠다.

GBCC 2023 역시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ESG에 접근했다. 개발도상국가 참가자를 대상으로 50% 할인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참가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GBCC에 참여하도록 배려하고, 텀블러 사용을 권고하며 현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보편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개최된 심혈관통합학술대회도 플라스틱 네임택 대신 종이 프린트 방식을 채택했다.

학회 관계자는 "그간 다양한 학술대회에서 포스터 연구 발표는 종이 형태를 이용했다"며 "대형 프린트가 필요했고, 수십장의 종이가 소요되지만 학술대회가 끝나면 폐기된다는 점에서 낭비가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GBCC 2033에서는 화면에서 포스터를 검색하고 볼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해 지속 가능성을 최대한 살렸다"며 "ESG 개념이나 인식이 점차 올라가고 있는 만큼 점차 다른 학회에서도 보편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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