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대의 첫 대면 '실습'

오예지 학생(차의전원)
발행날짜: 2023-05-08 05:00:00
  • 오예지 학생(차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학년)

코로나 세대로서 본과 1, 2학년을 비대면으로 보내며 첫 대면 수업이 PK 실습이 되었다. 행정실에서 무작위로 짜준 7명의 조원이 1년간 함께하게 되었는데 평소 MBTI 'F(감정형)'였던 동기도 'T(사고형)'로 변할정도로 바쁜 일정에 다들 날카로워졌다.

피드백이라는 명목하에 조원을 실명으로 저격 하는 경우도 나왔다. 다들 힘들기에 서로 배려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조원들은 실습에 잘 적응해 나가며 한사람의 몫을 해 나가는 것 같았고, 나만 홀로 뒤쳐지는것 같아 위축되었다.

침울해 있을 때 4학년 선배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고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더불어 싸우는 상황과 안 좋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순간을 두려워하는 내게 매번 도망만 가면 안된다고 일침했다. 실습에서 좀 부족하다고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 의견이 있으면 당당히 말하라는 선배님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교수님께 지도 받을 때도 멘탈 단련이 필요하다. 실습을 돌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정말 질문을 못한다는 것이다. 궁금해서 여쭤본 것이지만 교수님 한숨유발자가 되었다. 교과서에 없는 수술실의 사소한 것들이 신기하고 궁금했는데 질문이란 자고로 학문적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혼이 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실습시엔 자제력과 눈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함께 실습을 도는 서브조의 짝에게는 훌륭한 의사가 될 것 같다고 하셨다는데 서브조의 짝이 다른 교수님을 뵌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차이가 컸다. 둘이 함께 내린 결론은 첫 인상과 첫 질문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교대상이 없다면 자괴감이 덜했겠으나 함께 실습을 돈 짝에게는 훌륭한 의사가 될 것 같다고 하셨다는 이야기와 대비하여 교수님의 한숨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의사가 되지 못 할 것이라 평가받은 것 같았다. 앞으로 실습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우연히 동네병원 원장님께 진료를 받다가 이러한 고민을 상담하게 되었다. 본과 실습 때 대부분의 학생은 10개의 질문 중 9개를 모르는 게 일반적이고 드물게 에이스들이 대답을 잘하는데 거기에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지금이야 교수님께 혼난 게 세상 큰 일처럼 다가오겠지만 객관적으로 최악을 생각해보더라도 해당 과목의 성적이 잘 안 나올 뿐 인생에 아주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에 납득이 되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는 인턴, 레지던트 과정 중에도 차고 넘치게 느끼게 되니 학생 과정 중에 몰라도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배우며 나아가라는 의사선배님의 말씀이 큰 위안이 되었다.

짧은 실습기간 동안 깨달은 것은 정신을 단련하여 자괴감, 무력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단한 정신을 위해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했다. 아직 눈에 띄는 효과를 느끼고 있지는 않지만 나의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큰 도움을 받고있다.

나와 같은 고민으로 혼자 고민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혼이 나더라도 주눅들지 말고 이렇게 또 하나 배우게 되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당당히 나아가자 말하고 싶다. 아울러 실습기간 중 큰 목표를 잡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버틴 나를 칭찬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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