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성 심근병증 첫 신약 등장…이제 의학자의 몫이죠"

발행날짜: 2023-05-27 05:30:00
  • [학회초대석]한국심초음파학회 비후성 심근증 연구회 회장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상황 수집 및 질환 인지도 개선활동 강조

"지금까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치료 옵션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치료제의 등장은 의미가 크다. 새롭게 발족한 비후성 심근증 연구회가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역할을 구상 중이다."

대표적인 희귀 심장질환 중 하나인 비대성 심근병증(이하 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임상 현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적응증의 범위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이하 oHCM, 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으로 효과적인 약물치료 옵션이 없던 상황에서 학계에 최초 소개 당시 oHCM계의 페니실린이 등장했다는 수준의 평가를 받은 만큼 기대감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

신약의 등장은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국내 의료진들도 연구회를 발족하는 등 국내 환자의 특성을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질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나선 상태다.

이상철 교수

한국심초음파학회 비후성 심근증 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oHCM 질환의 신약 등장으로 미충족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HCM은 유전적 요인 등의 원인으로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과증식하는 일종의 변이로 심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해 자리 잡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며 심장 근육이 과도하게 증식해 두꺼워지면 심장에서 혈액이 나가는 통로가 좁아진다.

이로 인해 전신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해 심각한 경우 혈류가 차단돼 기절하거나 돌연사하기도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HCM의 전 세계 유병률은 대략 인구 500명당 1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국내 유병률 데이터는 없는 상태다.

이 교수는 "HCM은 크게 폐색성과 비폐색성으로 구분되고 지금까지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은 없었고 oHCM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 치료 옵션이 전무했다"며 "약물 치료 대신 침습적 치료 방법들이 시도됐는데, 현재 표준치료는 두꺼워진 심장 근육 부위를 수술로 절제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4일 증상성(NYHA class II-III)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성인 환자의 운동 기능 및 증상 개선을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BMS의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허가받은 만큼 상대적으로 발 빠르게 국내 처방이 가능해진 상황. 이 교수는 이미 학계에서 캄지오스가 주목받고 있던 신약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교수는 "캄지오스가 지난 2020년 학계에 처음 소개됐을 당시 치료 결과가 기대 이상을 넘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Too good to be true)'고 여겨질 정도였다"면서 " oHCM의 병태생리를 개선해서 경구 복용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해줄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로 높은 효과와 함께 이상반응도 거의 없어 가장 주목 받는 신약이다"고 말했다.

캄지오스 허가의 근거가 된 임상은 EXPLORER-HCM 3상 연구로 이 교수는 치료 후 좌심실 유출로(LVOT) 압력차가 상당히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상철 교수는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국내 HCM의 자연 경과의 진행을 자세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HCM 치료에서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데, 치료 30주 만에 캄지오스 치료군의 74%가 수술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 후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가 50mmHg 이하로 개선된 것.

그는 "캄지오스는 전반적인 심장 수축력은 약화하지 않고 두꺼워진 심장 근육 부위에만 작용해 좌심실 유출로를 열어줬다는 점이 인상 깊다"며 "1차 평가변수로 호흡곤란 등 심장 기능 상태를 측정하는 기준인 뉴욕심장학회(NYHA) 등급의 변화를 살펴봤을 때도 환자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시켰다"고 언급했다.

"캄지오스 효과 분명하지만 만능아냐…국내 치료환경 파악 필요"

현재 이 교수는 캄지오스 처방이 먼저 고려되는 환자군에 대해 수술이 필요한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나 수술 대상이지만 고령, 기력 저하, 합병증 등의 이유로 수술이 어려운 oHCM 환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수술을 앞두고 기다리고 있는 환자에게도 캄지오스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캄지오스가 oHCM 질환에서 획기적인 신약임에도 일부 환자만 사용할 수 있어 과도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시각. 여기에 더해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장기효과 부분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 교수는 "캄지오스가 놀라운 신약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일부 oHCM 환자에게서만 사용할 수 있기에 갈 길이 멀다"며 "임상 현장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앞으로 더 좋은 신약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최근 발족한 비후성 심근증 연구회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cohort) 연구와 레지스트리 구축 등을 시행할 계획. 초기 단계인 만큼 연구회 초기회장을 맡게 된 이 교수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HCM 질환 특성상 환자마다 임상 양상이 다양하고 국가마다 차이가 있어 실제 국내 HCM의 자연 경과의 진행을 자세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국내 HCM 유병률, 발생률 데이터 수집과 함께 코호트 연구, 단면 연구, 종단 연구 등을 광범위하게 진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의료기관마다 HCM 치료 상황에 대한 전국 통계를 전체적으로 취합해 레지스트리를 만드는 작업을 가장 먼저 진행하고 더불어 HCM 질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도 구상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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