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석 기획이사, 원장 '조력자' 입장 강조
"임원 장기 공석에 조직 느슨해졌다" 진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운영을 총괄하는 임원직인 기획이사로 2년의 임기를 시작한 오수석 이사. 지난 4월 임명 전후로 한의사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그의 행보에 보건의료계 관심이 집중됐다.
오 이사는 20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한의사가 아닌 심평원 조직운영을 총괄하고 업무 전반에 대한 조정 협의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일을 하고 있다"라며 "업무 과정에서 한의사로서의 시각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 이사는 심평원 기획이사로서 임기를 시작한 지 70여일이 지났다.
심평원 원장과 기획이사 자리에 의사가 한의사가 각각 임명되면서 업무 연장선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아왔다. 의사와 한의사 직역 자체가 갈등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오 이사 역시 우려의 시선을 잘 알고 있다며 "기획이사의 가장 큰 임무는 원장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며 "원장의 연륜, 학식, 경력 등을 봤을 때 범접할 수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 지원이나 심사 평가 등의 업무는 기획이사 소관 업무 외의 영역이기 때문에 직역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의견 충돌이 발생할 소지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필수의료 지원대책 마련, 건강 보험 재정 건정성 제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다각적인 소통을 추진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 이사가 '한의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심평원 업무에는 2008년부터 비상임이사,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심평원 조직 역량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심평원은 임원의 장기간 공석, 정권 교체 등으로 조직이 느슨해진 경향이 있었다"라고 평가하며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과 활발할 소통으로 조직을 안정화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가 보건 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 육성하는데 힘쓸 것"이라며 "일례로 대외협력 업무를 하더라도 심평원 고유 업무인 심사 평가에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오 이사는 심평원 조직 관리의 2인자인 만큼 '기관운영'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심평원 조직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최근 5년 이내 입사자가 50%에 육박하고 있다"라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해 세대 간에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 심평원의 핵심 업무인 심사 평가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조직적, 인적 기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이사의 주요 소관 업무 중 하나인 '실손보험' 중계 기관 논란 문제에 대해서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앞세웠다. 관련 업무 책임자 위치이지만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기보다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서 상위 기간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뜻을 전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갔다. 해당 법안은 실손보험 청구 전송을 전담할 중계기관 선정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심평원을 위탁 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하위법령 개정에서도 반영이 될 것이라는 게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희박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
오 이사는 "심평원은 공공 기관"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 선정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심평원이 먼저 나서서 입장을 표시하기 보다 정부 정책에 맞춰서 따라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