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자누비아 특허 만료로 단일‧복합제 수백 개 품목 대기
처방 유지 명목 '상품권' 제공 등 불법 넘나드는 경쟁 돌입
지난 4월 블록버스터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특허가 풀리며 복제약(제네릭) 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대형 치료제의 특허 만료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DPP-4 억제제 계열 대표적인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시타글립틴)가 그 주인공으로 9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벌써부터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복제의약품(제네릭)을 허가받아 급여 등재 준비에 들어간 상황.
제약업계에서는 처방시장을 선점, 약을 얼마나 팔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이 임상 현장에서는 '홍수'라고 평가할 만큼 연이어 쏟아지는 약제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수백 개의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영업‧마케팅 시장이 혼탁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니다.
포시가 이어 자누비아, 수백 개 품목 쏟아진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DPP-4 억제제 계열 대표적인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시타글립틴)의 특허가 오는 9월을 기점으로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자누비아 성분인 시타글립틴으로 품목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시타글립틴과 함께 메트포르민 복합제 허가를 받아놓은 제약사가 80곳이 넘을 정도다.
여기에 9월 자누비아 특허 만료에 따라 SGLT-2 억제제 계열 '포시가(성분 다파글리플로진)'와의 복합제도 임상 현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것으로 보인다.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복합제와 마찬가지로 '다파글리플로진+시타글립탄' 조합의 제네릭도 90개 가까운 제약사가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 자누비아 패밀리(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 엑스알) 국내 영업‧마케팅을 담당하던 종근당은 MSD의 자누비아 국내 판권과 제조권 등의 라이선스를 455억원 규모에 도입했다.
종근당은 자누비아 라이선스 도입을 통해 듀비에(로베글리타존)를 포함, 계열별 오리지널 당뇨병 치료제 2개 품목을 한꺼번에 보유하게 된 상황.
이를 통해 종근당은 로베글리타존+시타글립틴 복합제인 '듀비에 에스'도 최근 허가를 받으며 9월 출시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자누비아 특허 만료에 따라 단일제와 메트포르민, 다파글리플로진, 로베글리타존까지 다양한 성분을 조합한 수백 개의 복합제가 처방시장에 출현할 것이라는 계산이 선다.
임상현장에서는 지난 4월 포시가에 이어 9월 자누비아까지 같은 해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포시가와 마찬가지로 후발의약품인 탓에 특별한 학술적 내용 공유가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 및 영업대행업체들의 방문만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부회장(서울내과)은 "제네릭 출시에 따른 저렴한 후발 의약품이 출시된다는 것 자체는 임상현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처방 면에서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라며 "자누비아가 하반기 특허가 만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네릭 시장의 진입으로 인해 DPP-4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더 커질 것인데, 이에 따른 영업사원 방문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제약사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영업사원들에게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며 "급여기준과 함께 맞물리면서 제약사들의 영업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사실 제네릭이기 때문에 새로운 임상결과로 영업을 벌이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가 사전에 조절했어야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평가했다.
당뇨약 '전쟁' 국면 속 영업현장 '혼탁' 우려
자누비아 특허만료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제약업계에서는 영업‧마케팅 출혈경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4월 당뇨병 병용요법 급여기준과 포시가 제네릭이 쏟아진 데 이어 DPP-4 억제제 계열 대표 품목으로 연 매출 1700억원 규모인 자누비아 특허가 풀리면서 처방시장 선점을 위한 제약사 간의 무리한 출혈경쟁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
현재도 많은 제약사가 포시가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 중인데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란 예상인데, 제네릭 홍수로 1조 2000억원에 육박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추가팽창이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 계열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 중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DPP-4 억제제 시장의 경우 지난해 5234억원까지 성장했으며 SGLT-2 억제제 또한 같은 해 1566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올해 주요 계열별 당뇨병 치료제 오리지널 품목의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 출시로 영업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자명한 현상이다.
일례로 벌써 처방 건수에 따라 의료진에게 이벤트 성격으로 기념품을 제공한다거나 처방 품목을 바꾸거나 유지할 것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제약사가 존재한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후문.
보는 시각에 따라선 엄연히 불법 리베이트로 여겨질 수 있는 사안들이 이미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일부 제약사는 내부적으로 기념품 지급 등 문제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하거나 관련해 문제가 된 영업직원 징계를 검토하는 등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자누비아 특허 만료 시 특색을 갖춘 영업‧마케팅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근 포시가 제네릭을 출시한 제약사 중 일부가 적응증 중 허가사항에 기재되지 않은 '만성 심부전과 만성 신장병'을 마케팅 광고에 활용하다 논란이 된 데에 따른 현상이다. 오리지널만 추가된 적응증을 무단으로 가져와 영업을 벌이다 논란이 된 것인데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마케팅 방안 창출에 혈안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제약사 임원은 "일부 제약사의 영업 행태는 도가 지나치다.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사례도 있다"며 "자누비아 제네릭이 출시될 경우 현재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가 우려했다.
그는 "포시가와 자누비아 제네릭 뿐만 아니라 다른 당뇨 치료제까지 자체적인 매출을 거두기 위해서는 필수요건이 됐다"며 "특히 기존 처방을 변경하지 않는 조건으로 특정 기념품 혹은 상품권을 제공하는 사례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