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旅行), 휴식의 한 파트

천소현 학생(계명의대)
발행날짜: 2023-07-17 05:57:15
  • 천소현 학생(계명의대 본과 3학년)

旅行. '나그네 려'에 '다닐 행'의 한자로 이루어진 여행. 한자 뜻만 보아도 이리저리 유랑하는듯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는 각자 받아들이는 의미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자 하는 마음일 수도, 익숙한 곳을 잠시 벗어나 주위를 환기시키려는 마음일 수도 있다. 나에게 여행이란, 바쁘고 치열한 일상 속에서 철저히 외면했던 스스로를 달래고 충전하는 도구다.

본과 3학년 1학기가 끝나고 이제 막 방학이 시작되었다. 학기 끄트머리로 갈수록 가장 갈망하게 된 것은 바로 휴식이다. 원체 귀찮아 하는 것이 많고 체력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실습하는 시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겨웠다. 한 달의 짧은 방학을 온전히 휴식으로 채워야만 남은 학기에 대한 재정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여행이다.

본과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 곳곳을 동기들과 돌아다녔다. 사실 우리는 그 기억들과 앞으로 갈 여행을 기대하며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버틴 것과 다름없다. 사소한 것들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님에도 그 때의 바람, 하늘, 음식, 바다, 느꼈던 모든 것들이 생생히 담기는 것과 동시에 정신없던 일상과 대비되면서 그 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이 들 때면 해방감과 황홀함을 이렇게나 풍만하게 느끼려고 힘들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행을 가는 것보다 계획 짜는 과정이 더 신경 쓸 것이 많아 어쩌면 가장 성가시게 여겨질 수 있다.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활동을 인터넷에서 검색해가며 하나하나 미리 결정해서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다 보니 계획을 세울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이렇게 미리 정해 놓아야 그 여행을 생각할 때 기대가 되고 더 오래, 깊게 기억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알게 되면, 앞으로의 여행에서 나를 충분히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여행을 또다른 하나의 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물론 성향의 차이가 분명 있지만, 여행이 가지는 가치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꽃 튀는 삶을 살수록, 매일 스스로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을 환기시키는 것들이 매우 중요하며 가장 큰 효과는 여행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그 가치를 아직 가늠할 수 없다면 속는 셈 치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든 무작정 떠나든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일단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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