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과의 전쟁, 의사의 책임감

안희상 학생(조선의대)
발행날짜: 2023-07-24 05:00:00
  • 안희상 학생(조선의대 본과 1학년)

1800년대 서방의 아편 유통에 동양의 맹주였던 청나라는 맥없이 쓰러졌다. 약 200여년뒤 중국이 생산한 마약이 미국을 뒤덮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제 2의 냉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은 강력한 아편 유사제제인 '펜타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미국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되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18~49세 사망 원인 1위 또한 펜타닐 중독이었다. 미국의 펜타닐 문제는 단순한 마약류 확산의 문제가 아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그 기저에는 미국의 로비 문제와 의료사회의 약물 오남용, 외교적인 이슈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자국에 펜타닐을 공급한 중국의 4개 화학업체와 8명의 중국인을 고소했고 다국적 협의체를 출범했다. 하지만 이미 퍼저버린 마약과 수많은 피해자들은 약물로 설계된 지옥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외교 문제까지 번진 펜타닐은 무엇이며 어떻게 경제 대국 미국을 잠식했을까 그 발자취를 거슬러가 봤다.

아편유사제제는 마약류의 아편성 진통제를 말한다. 인체의 통증 조절을 담당하는 엔도르핀과 비슷한 형태를 지녀 엔도르핀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을 제거하는 것이 주 작동원리다. 이 과정에서 엔도르핀의 효과가 과하게 일어나며 필수적인 통증까지 전부 제거하고 투약자는 아무런 고통도 없는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 인지한 신체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엔도르핀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아편유사제의 효과가 끝날 때 평소 엔도르핀이 억제하던 통증까지 더해 극심한 통증이 금단증상으로 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아편유사제제는 그 자체로 강력한 중추 진정제로 혈관의 수축과 근육 이완을 강하게 일으키기도 한다. 그 결과로 무호흡 및 심폐정지와 같은 부작용이 찾아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양귀비의 유액에서 추출한 아편과 아편의 핵심 물질인 모르핀이 시작이었다. 산업과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엔도르핀을 더 효과적으로, 엔도르핀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아편 수용체에 작용할 수 있는 약물들이 개발되었다.

이 중 부작용이 너무 강해 의료용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 해로인, 극소량으로도 진통효과가 너무 강하고 합성하기도 쉬워 문제가 된 약물이 바로 펜타닐이다.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100배 이상 강력해 패치 투여가 가능하고 부작용이 적으며 양귀비 재배 없이 손쉽게 합성할 수 있어 빠르게 의료계로 확산되었다. 펜타닐이 이렇게 일반사회에 퍼지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2000년대부터다.

제약회사 '퍼듀파마'를 필두로 제약회사들은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이용되던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 즉 아편유사제제의 약물을 일반인에게도 광범위하게 팔고자 했다. 이들은 아편유사제제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알고도 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하고 의사들에게 로비해 가성중독과 같은 허위 증상을 발표했다. 심사하는 직원들 또한 매수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그 후 허위광고로 미국 전역에 마약성 진통제를 배포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보다는 약으로 버티는 경향이 강하기에 마약이 퍼지는데 일조했다고 한다. 이렇게 원래 마약의 표적이 아니었던 사회인들까지 마약 중독 증상을 보이자 제약회사들의 만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차 아편유사제제 유행 파동은 무분별하게 퍼진 아편유사제제의 공급이 끊기며 중독된 희생자들이 마약을 구해 나가며 발생했다. 마약에 일단 중독되면 그 의존성과 금단증상은 개인의 책임으로 물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거리에 나온 피해자들은 범죄조직들을 통해 아편유사제제의 대체제인 헤로인을 찾으며 헤로인 시장이 급부상했다. 여기에 원재료를 수입하고 합성하기 쉬운 펜타닐이 대체제로 떠오르며 3차 아편유사제제 유행 파동이 일어났다.

중국의 불법 공장을 필두로 생산된 펜타닐은 미국으로 수출되고 미국 내에서는 멕시코의 카르텔이 유통을 담당하게 되며 국제적인 외교 문제로도 번지게 되었다.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펜타닐 혼합 마약이 퍼지며 미국의 아편유사제제 사망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현재 매년 페타닐로 인한 한해 사망자는 10만여명 육박해 미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펜타닐의 원료 자체는 다양한 약물에 이용되어 금지하기 힘들고 미국으로 유통된 펜타닐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 통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도 마약청정국이라는 칭호가 부끄러울 정도로 펜타닐과 기타 마약에 대한 중독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한번 유통망이 확립되고 나면 마약류의 종류와 양은 사실상 통제를 벗어나 버린다. 펜타닐이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의료계에서는 더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 첫 신호탄도 의료계의 부패였다는 점을 상기하고 우리 의료계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마약 단절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떤 이유에서든 마약에 중독된 환자에게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질병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회생수단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관련기사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