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초‧재진 소모적 논쟁, 생산적 정책 도움 안돼"

발행날짜: 2023-07-28 05:34:00
  • 6월 시행 이후 두 달도 채 안 돼 효과 평가 통계적 근거는 아직
    차전경 과장 "시범사업 안정적 운영 및 법제화가 급선무" 강조

57일(27일 기준). 한시적으로 허용되던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제도권에 들어온 후 흘러간 시간이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다 보니 사업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통계적 근거도 아직 미약하다.

비대면 진료를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근거법 자체가 없으니 보건복지부는 6월부터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일단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와는 달리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는 엄격히 제한하고 약 배달도 '환자 안전'을 앞세워 약 배달도 막았다.

그렇다 보니 지난 3년 동안 이미 시장까지 형성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은 '규제'라는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업 주체인 보건복지부는 초‧재진 등에만 매몰된 소모적 논쟁이 확산될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26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초진‧재진 프레임에 묶여서 가면 생산적이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라며 "초진 허용은 혁신을 위한 것이고 재진만 허용하는 것은 기득권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가는 것은 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1988년 비대면 진료 관련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준비했고 법제화도 앞두고 있다"라며 "소모적 논쟁보다는 자문단을 통해 이성적으로 보건의료 환경에 맞게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추진과 동시에 자문단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자문단에는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6개 의약단체, 플랫폼 업체,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차 과장은 "자문단 위원들도 국민건강이나 환자 안전성을 말하면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처럼, 혁신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는 시선으로는 발전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를 냈다"라며 "다른 나라도 무 자르듯이 초진은 안되고, 재진만 한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진을 주장하는) 의료계와 약계가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재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는 전체 진료 건수의 1%도 되지 않는다"라며 "환자단체도 비대면 진료는 재진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비대면 진료는 '재진'을 중심으로 한다는 데 더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라는 점도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서도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대체가 아니라 보조적 수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의 비대면진료 권고안도 일반적 비대면 진료 사례로 ▲기존 환자 진료 ▲신체적 검사를 요하지 않는 약물 관리 ▲경미한 외상 심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초진 환자는 부적절한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차 과장은 "시범사업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 6개, 환자단체 의견, 세계 가이드라인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설계했다"라며 "앞으로도 환자 건강이나 생명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편의성도 높이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 건강과 편의성 중간에서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는 게 정부와 자문단의 핵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아직 통계를 갖고 시범사업 효과를 평가하기란 힘든 일. 현재는 100건의 비대면 진료가 있다면 플랫폼 업체를 통한 게 몇 건이고 그냥 동네의원에 바로 전화해서 비대면 상담한 게 몇 건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약 배달 등을 여전히 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다.

차 과장은 "적어도 3개월은 지나야 제대로 된 통계를 받아볼 수 있다"라며 "시범사업 효과 평가를 위한 최신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대유행 시기인 과거 3년 치 3700만건의 진료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어떻게 가공해서 효과성을 평가할 것인지도 자문단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급선무가 시범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법제화다.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에 의지해서 하고 있어서 전면적인 시행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우선 순위는 취약계층, 의료 약자를 보호하는 의미에서 초진을 열고 시작한 것"이라며 "입법부 논의와 함께 법제화가 돼야 제대로 된 관리 감독도 할 수 있고 통계도 받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전경 과장은 복지부의 방향성이 절대 산업계를 규제하고 시장을 죽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보건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고 정부 기조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초진, 재진만으로 혁신과 비혁신을 가르는 것은 과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단될 수도 있었던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산업계도 제도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앞으로 다른 나라처럼 비대면진료에 대한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진료지침 제작 작업은 대한의사협회가 전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차 과장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표준진료지침 제작은 의협과 의학회가 별도의 TFT나 협의체를 만들어서 해야 할 것 같다"라며 "미국, 일본 등도 의사협회 차원에서 제작했다. 진료가이드라인 자체가 전문가 단체가 권고로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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