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정원수 늘리겠다는 정부 막아서는 의료계 '동상이몽' 계속

발행날짜: 2023-08-30 05:30:00
  • 의학교육협의회, 정치적 접근 경계…거버넌스 구축 제안
    정부 "의사수 부족 지역, 진료과 간의 불균형도 해소해야"

의료계가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 논의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정책 결정 대신 협상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다.

29일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토론회'를 열고 관련 논의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전문적인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의대정원과 필수의료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의사 수 논쟁의 본질은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정원은 단순히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우려다. 실제 대부분 OECD 국가가 고령화로 의사 수가 부족해졌지만, 의료비 증가 우려로 그 수를 적극 늘리는 나라는 많지 않다는 것.

그는 관련 논의는 증원이 아닌,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붕괴 대책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공공의대를 신설했다간 오히려 더 큰 문제와 후유증만 생긴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우 소장은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정치적 셈법이나 여론에 기대는 방식은 위험하다.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필수의료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붕괴 위기"라며 "사태가 여기까지 온 제일 큰 원인은 전문영역인 의료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왜곡하고 인구사회학적 변화를 미리 예측해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 이종태 소장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 이종태 소장은 해외 의사정원 책정 거버넌스 사례를 소개하며 시사점을 조명했다.

이 소장은 의료인력계획 과정의 핵심 요소로 ▲목표 설정 ▲예측 모형 ▲자료 ▲정책 실행과 연결 ▲조직을 들었다. 의료인력 수급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기반으로 한 예측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거버넌스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계를 대표하는 미국의사협회, 의학교육계를 대표하는 미국의학대학협회, 주·연방 정부, 관련 재단, 국민이 모두가 협의주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자문위원회 권고와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 의사수급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모델과 현실의 적합성을 개선하고, 정책 입안자와 이해 관계자의 의사결정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했다는 것.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 주도로 의료인력 수급이 이뤄진다. 다만 그 수를 결정하는 것엔 검토회·분과회 등 위원회 의견이 반영되는데 여기 의료계가 핵심적으로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료인력 계획에서 정부와 비정부 조직 간의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버넌스는 정부와 독립적인 상설 기구로 구축해야하며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 신뢰성 및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의사 공급 및 분포, 현재와 미래의 의사 부족·과잉 여부 학부 및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지원 등 여러 권고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거버넌스 구성도 중요하지만, 그 투명성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료정책에 대한 여러 연구가 이뤄졌지만, 관련 보고서와 논의가 비공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토론회를 열고 의사 정원 논의를 진행할 거버넌스 구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양 수석부원장은 "과연 우리나라 거버넌스 구조가 투명한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많은 연구와 논의가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는데 거버넌스를 구성하며 투명성을 확보할 방법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 정책을 결정하고 몇 년 뒤에 책임지는 게 아니라 그전에 정확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것이 책임"이라며 "10~20년 뒤에 지금의 의사 정원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불확실성은 값비싼 실패를 가져올 수 있고 우리나라는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학교육학회 윤보영 총무이사는 전공의 교육에 매진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수련병원 교수들의 현실을 조명했다. 과도한 의료소비량을 줄이고 수가를 높이는 식으로 의료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의료가 가진 여러 문제 중에서 의사 수는 일부분으로 그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

이와 관련 윤 총무이사는 "의사 정원은 교육, 수련, 지도, 평가가 다 연결되는 사안이다. 단순히 얼마가 더 필요한지를 넘어 종합적인 보건의료정책을 논의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나라 의료에서 과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박리다매로 진료하다 보니 의사들이 소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의 양은 이미 충분하고 그 질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미래 의사를 양성해야 할 교수들이 모두 번아웃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이제는 의료의 양을 줄이고 수가를 인상해 질을 높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의료계를 확실히 대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의사 증원이 모든 의료 문제를 해결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우리가 겪는 지역·필수의료 문제엔 여러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중에서도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며 "물론 의사 수만 확대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역, 진료과 간의 불균형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종합적인 정책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거버넌스 구축도 당연히 동감하며 정책 결정에 대한 모니터링 및 효과성 평가도 필요하다. 의사 정원도 늦지 않게 평가해 수요와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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