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회 연례회의에서 실제 임상 적용 연구 공개 예정
94.1%의 정확도로 판막 질환 발견 "장기 연구 기대할만 하다"
디지털 청진기가 인공지능(AI)와의 결합을 통해 효용성을 높여가고 있다. 다양한 심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며 성능을 입증하고 있는 것.
특히 이러한 성능을 기반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디지털 청진기를 활용한 연구들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청진기 패러다임이 변화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11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막하는 미국심장학회 연례 과학 회의(AHA 2023)에서는 디지털 청진기의 실제 임상 적용 사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디지털 청진기는 말 그대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심음 등을 듣는 기기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개발중인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상용화돼 임상 현장에 보급된 제품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청진기도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디지털 청진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서 아날로그 청진기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상용화게 들어간 에코헬스(Eko Health)사의 코어 500(CORE 500)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기기는 환자의 심장 부분에 청진기를 대는 것만으로 2초 만에 심방세동은 물론 서맥과 빈맥을 감지해 알람을 울린다.
또한 심박수는 물론 심전도를 풀 디스플레이로 구현하며 노이즈 캔슬링을 통해 주변 소음과 무관하게 명확한 심음 등을 들을 수 있다.
이번 연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디지털 청진기의 활용성을 평가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회에 앞서 미리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미국의 1차 의료기관에서 실제 디지털 청진기의 효용성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6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 의사가 표준 청진기로 진료한 경우와 디지털 청진기를 적용한 경우를 비교하는 것이 골자다.
그 결과 디지털 청진기를 썼을 경우 심장 판막의 이상을 무려 94.1%나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1차 의료기관 의사가 표준 청진기를 사용한 경우 41.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청진기는 이전에 심장 잡음 등 병력이 전혀 없던 심장 판막 질환 환자를 22명이나 식별했다. 하지만 1차 의료기관 의사는 8명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디지털 청진기의 임상 적용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심장 질환을 더욱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매스 제너럴 브링험(Mass General Brigham, MGB) 랜시어(Moshe Rancier) 박사는 "1차 의료기관에서 심장 질환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은 환자의 예후와 비용 절감에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디지털 청진기를 쓰는 것만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를 장기적 추적 관찰 연구로 확장해 디지털 청진기의 임상적 효용성에 대한 근거를 더욱 단단히 쌓을 계획"이라며 "디지털 청진기가 단순히 판막 질환 뿐 아니라 부정맥, 서맥 등의 진단에도 효용성을 갖춘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