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경 환자 113만 741명 8년 추적 관찰 연구 결과 공개
호르몬요법 진행 시 건선 발병 위험 1.2배 증가 "득실 따져야"
유방암 발병 위험 등으로 효용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폐경 호르몬 요법(HRT)이 건선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심장질환과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더해 만성 전신 염증 질환인 건선까지 일으킨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효용성에 대한 무게추가 또 다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오는 18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폐경 호르몬 요법이 건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게재될 예정이다.
폐경 호르몬 요법은 폐경으로 인한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말 그대로 여성 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요법이다.
호르몬 변화로 일어나는 다양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00년대까지 널리 활용됐지만 다양한 부작용 위험이 보고되면서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대표적으로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뇌졸중 위험을 지적했으며 2012년 미국 질병 예방 태스크포스(USPSTF)가 유방암 발병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여기에 USPSTF가 2017년 폐경 호르몬 요법에 D등급 권고를 내리면서 무게추가 기울었다. 사실상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쓰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권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폐경 호르몬 요법을 두고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국가별, 인종별로 효용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학계에서도 정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건선 발병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이같은 논란에 또 다른 불씨가 생겨났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의과대학 이지현 교수의 주도로 국내 폐경 여성 113만 7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에스트로겐이 면역 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면역 체계 교란으로 일어나는 건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 연구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40세 이상의 폐경 환자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추적하며 폐경 호르몬 요법과 건선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5년 이상 폐경 호르몬 요법을 받은 여성의 경우 건선 발병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1.2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년에서 5년간 폐경 호르몬 요법을 받은 환자들도 역시 1.2배 위험이 높아졌고 2년 미만으로 처방을 받은 여성도 1.19배 발병 위험이 높았다.
연령과 흡연, 음주, 운동 등 다른 요인들을 모두 조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5년 이상 폐경 호르몬 요법을 받은 경우 1.22배 건선 위험이 증가했고 2~5년 사이 처방받은 그룹은 1.21배, 2년 이하 받은 환자는 1.13배 역시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각기 다른 요인들을 조정해 분석한 4가지 모델 모두에서 폐경 호르몬 요법을 받은 기간이 길어질 수록 건선 발병 위험도 높아지는 일관성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폐경 호르몬 요법이 건선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을 명확하게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폐경 호르몬 요법이 건선의 독립적인 위험 요소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유형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사용하는 폐경 호르몬 요법의 특성을 고려할때 다른 염증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