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개원면허제·비급여 가격 통제' 등 특별위원회 논의
김한숙 과장 "정부-의료계 '동상이몽'...정부 추진 의지 봐달라"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며 의료계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가운데, 논쟁 소지가 있는 사안은 대다수가 '특위'로 빠지면서 향후 정책 추진에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필수의료 살리기의 근본 해법으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계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및 레지던트 수련 환경 개선,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의과대학 증원을 비롯한 지역의사제, 개원면허제, 비급여 가격 통제 등 의료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하지만 의대 증원을 제외하고 의료계 반대가 예상되는 내용 옆에는 모두 붉은 글자로 '특위'라고 적혀 있다.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중장기적 과제로 보고 전문가들이 모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칭)'를 통해 추진 방향 등을 논의하겠다는 것.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전문가 중심 대통령 직속 자문위로 향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정책 구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 "지역의사제 등 특위 안건...복지부 의지로 실현 어려워"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과장은 지난 31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를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 설명하며 "특위에 포함된 내용은 복지부 의지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워 전문가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의료계가 요구했지만 복지부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많이 검토할 수 있었던 면이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특위에 포함된 내용은 정부의 추진 의지는 분명하지만 전문가 단체와 이견이 있기 때문에, 1년 동안 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나누고 실천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의대증원과 함께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대가 극심했던 지역의사제는 특위로 분류됐다. 지역의사제와 관련해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입장도 제각각인 상황.
복지부는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두 가지 방안을 고려 중이다.
첫 번째는 대학과 지자체, 학생이 삼자 계약을 통해 '지역의료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학생이 장학금과 수련비용, 교수 채용 할당, 주거 문제 등을 지원받고 일정 기간 지역에 근무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한 수입과 주거 환경 등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지역 필수의료기관에 장기근속을 계약하는 것이다.
김한숙 과장은 "정부 입장에서 지역의사제는 지자체와 대학 등의 지역필수의사 확보 노력에 따라 의대 증원 분을 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며 "지역의료 재정지원 및 다양한 시범사업 등과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의사들 가운데서 특히나 큰 반발을 불러온 개원면허 도입 역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재논의된다.
■ "젊은 의사들 개원 전 미용·성형 도제식 교육 탈피해야"
김한숙 과장은 "개원면허와 임상수련을 연계해 도입하려 했지만 같은 의료계에서도 찬반이 나뉘어 특위로 분류했다"며 "정부는 개원을 막는다는 입장보다는 술기가 익숙한 분야에서 개원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길을 제시해 주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은 겉으로 보면 대다수가 개원을 원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개원에 대한 불안감도 분명있다"며 "그래서 미용이나 성형 분야에서 도제식으로 배우고 개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력들을 필수의료 분야에서 제대로 교육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와 동료 평가를 거쳐 5년에 한 번씩 신체 및 정신 상태 등을 조사해 진료 가능 여부를 검증하는 진료 적합성 검증체계 또한 특위를 거쳐 진행된다.
이외에도 ▲인턴제 개선 ▲업무범위 개선 ▲지역의료기금 신설 등 재정투자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의료진 배상책임 완화를 위한 의료기관안전공제회 설립 ▲급여 및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실손보험 개선 ▲의료적 필요성이 낮은 일부 미용 의료 시술 자격 개선 등이 특위에 포함됐다.
김한숙 과장은 "특별위원회 안건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할 때 동상이몽인 측면이 있어 정책 구체화에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만큼 정부의 추진 의지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