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 Policy 법제윤리분과 조병욱 위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배경부터 추진계획까지
■인력 운영 혁신
1) 전문의 중심 병원
전공의 수련병원, 특히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구조의 기형은 필수의료의 붕괴를 가속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교수와 전임의 그리고 전공의만 존재하는 수련병원의 의사인력 구조는 전공 기피과가 되는 순간부터 의사 인력이 해가 지날수록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앞서 지적했던 대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필자가 전공의 3년차때 대전협 정책토론회에서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가진 3차병원에 호스피탈리스트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역설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무려 10년 전, 2014년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정책이 해결책이라고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상 알고 있지만 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의 중심 고용 구조를 가진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수가의 보상이 충분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의료 수가는 그러한 것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일반의가 행한 수가와 전문의가 행한 수가의 차이가 (특수 가산을 제외하고는) 없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전문의 중심의 고용구조를 가진 병원을 운영할 수는 없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데 어떻게 고용을 할 것인가? 현 상태로만 본다면 고용되는 전문의에 대한 인건비를 전공의의 인건비 50%정도로 맞추어야 가능하다. 왜냐하면, 전공의는 주 80시간 근무, 전문의는 주 40시간 근무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어 놓은 대책을 정리해보면
- 법령 지침을 개정하여 입원 환자 수 대비 의사인력 확보를 하도록 강제하고
- 교수 임용을 늘리도록 정원을 확대해주고
- 이를 잘 지키면 '정책 가산'의 형태로 보상을 해준다고 하는데
이 정책가산은 언제든지 없앨 수 있는 특별 지원금과 같은 형태로 지속적인 보상이 될 수가 없다. 이러한 보상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현재 도입되어있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이 제도 하에 고용된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 관리 이외에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에서 가장 많은 수가를 인정받는 유형 즉, 365일 24시간 전담 유형으로 고용을 한다 하더라도 세전 월 1300만 원 수준의 수가만 주어진다. 결국, 현재의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병원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위 내용들을 종합하여 볼 때, 정부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으나 그 변화를 가져올 재정을 투입하는데 별다른 계획이 없다. 아니, 줄 생각조차도 없다. 부산에서 서울에 가는 방법에 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을 실행할 비용을 조달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인 내가 10년째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2) 공유형 인력운영
쉽게 말해 프리랜서 의사를 얘기하는 것이고, 좀더 확대하자면 원 소속의료기관에서 다른 의료기관에 가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단기계약 혹은 대진형태의 진료체계를 허용하고, 이를 통해 간헐적 공백을 메우려는 것인데,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정규직과 안정적인 고용이지 일시적인 계약형 근무형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결국 모델 제시에 있는 것처럼 전문의 파견, 즉 국립대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의 의사를 여기저기 보내서 땜빵식 진료를 보게해서 마치 여러 지역에서 의료가 제공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1주일에 한번 진료 보는 소아암 교수가 파견오는 것을 강원지역에 소아암 진료가 해결되었다라고 광고하기 위한 것이다. 정말 나쁜 X다.3) 업무범위 개선 - 도대체 무얼 얘기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4) 면허관리 선진화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 면허의 도입을 검토" 이것은 전공의 수련(인턴)을 해야만 의료기관 개설 허가권을 준다는 것으로 다른 나라의 진료면허(license to practice)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면허관리의 선진화가 아닌 의사 인력의 개원가 유입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설정하는 것으로 의료행위의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면허형태로 도입하는 것이다.
면허 관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단순히 수련의 제도를 통해 수련병원에 의료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강제적 제도일 뿐이다.
그와 별도로 진료 적합성 검증체계 라는 명목으로 Peer review, 동료 평가를 통해 면허의 유지여부를 검증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유지하고 있는 의사를 대상으로 하거나, 정신질환과 같은 질병 등의 사유로 의료행위를 유지하는 등 과거 문제 사례에 대한 보완책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관리하는 면허제도는 개원 면허가 되어서는 안 되며, 정 도입을 하고 싶다면 진료면허를 도입하는 것으로 의사면허 취득 이전에 진료 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의사 양성 시스템의 변화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또한 개원과 관련된 부분은 현재 변호사 협회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도입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개원 허가제도는 위헌의 소지가 매우 높다. 이 이슈로 인해 혹자가 제기하는 개원 러쉬는 사실 기존의 의사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한다. 이미 대부분 임상에서 일정기간 이상 종사했기 때문에 기존의 면허신고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종사한 기록이 있다면 제한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개원 허가는 신규 의사들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어떤 형태를 가지냐에 따라 앞서 지적한대로 오히려 인턴 후 레지던트 수련은 포기해버리는 풍토가 더 늘어버릴 것으로 예상된다. 면허관리는 과거 대한의사협회에서 수차례 요구해 왔던 것처럼 보건복지부 산하가 아닌 독립적 면허관리기구가 신설되고 해당 기구를 통해 동료 평가, 징계, 행정처분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능·수요 중심 협력적 전달체계 전환
1) 기능 정립
1차, 2차, 3차 의료기관 -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은 병상 수와 진료 과목 등으로 의료법에 의해 구분이 되면서 그 기능은 설정되어 있었다. 이 구분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이유는 상급 의료기관 즉, 의원을 제외한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들이 하위 종별 의료기관의 기능을 침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트 번호 및 f/u 환자 수의 보유 및 확대를 위해 경증 질환부터 중증 질환까지 의료의 모든 기능을 흡수해버리니 환자들은 상급의료기관으로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check valve 효과에 갇히게 된 것이다.
이는 10여 년이 넘도록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의료계에서 아무리 요청을 하여도 의료소비자에게 적용할 엄두도 못 내는 정부에게는 해결이 불가능한 부분이다. 의료소비자에게 규제를 가하면 당장에 저항과 지지율이 떨어질 것인데 이를 감수하고 강행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그래서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하는 '기능 정립'만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방대한 설명들 속에 숨어 있는 정부의 흑심이다. 먼저 국립대병원 필수 의료 중추 육성 방안을 보면 규제 완화, 기부금품 모집 허용이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이 외부로부터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으로부터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국가가 돈을 주는 걸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R&D 투자확대와 인건비 관련 제도 개선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는 1개월 전 박민수 차관이 전공의들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밝힌, 대학병원의 R&D 확대를 통해 overhead charge로 병원의 수익을 올리고 연구로 인해 진료 업무 등의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발생하는 매출 하락 및 그로 인한 근로수입의 감소는 R&D에서 직접적으로 충당하는 바이아웃제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즉, 앞서 나온 대학병원의 교수 인력의 확대를 위해 다른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R&D를 통해 확보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R&D 규제만 풀어주고, 인력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제하여 그 인력 공급을 위한 인건비 충당을 위해서는 R&D를 최대한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강제되는 유지 인력 규제는 강화하고, 그 수입을 충당할 방법을 다양화시키지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이는 고용주의 편의를 봐주는 제도 개편일 뿐, 정작 근로자인 교수에게는 또 다른 방식의 착취만 늘어나게 될 뿐이다. 공산주의 국가도 이런 식의 정책을 펴지 않는다.
의원급에 대한 언급 중 아주 치명적인 부분은 병상, 장비 기준 합리화를 언급한 것이다. 의원의 80%이상이 전문의 인 것을 감안하면 장비의 기준이 필요한 것인지 매우 의아하지만, 정부는 전문의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 단순히 1차의료기관에서 그러한 전문 의료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쉽게 말해 의원급에서 further evaluation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그를 통해 1차 의료기관에서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누가 하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 하느냐 가 중요한 의료.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의료와 의료소비자를 보는 관점이다.
2) 네트워크 활성화
네트워크 활성화는 과거 있었던 중증질환 및 응급진료 관련 권역화, 센터화 정책과 같은 정책이다. 결국 지역별로 거점병원 1-2개씩 지정해 놓고 관련 질환 환자는 모두 보내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활성화라는 것인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처럼 환자가 수도권으로 가버린다. 아무리 지역에 좋은 네트워크와 거점병원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환자가 수도권으로 가버린다면, 안 그래도 줄어들고 있는 지방인구로 인해 의료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환자가 수도권으로 가면 실제 환자는 더더욱 줄어든다. 없는 환자를 위해 이 네트워크는 의료 자원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역시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 않다.
성과를 기반으로 묶음형 기관 단위 보상이라는 현실성도 없으며, 결과에 의한 판단으로 보상이 주어지는 공급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보상책을 내놓았다. 이는 필수의료를 살리는 정책이 아니며 필수의료를 하지 말라는 정부의 암묵적인 강요이다.
3) 협력 유인 강화
지역 내 의뢰 회송 수가를 개선하며, 상급종합병원 평가지표에 회송 실적을 반영하는 등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는 하였으나, 사실상 이는 의료 공급자 간의 서류상 존재하는 이동을 나타날 뿐, 앞서 지적해왔던 환자 스스로 의료전달체계를 뛰어넘는 선택이 가능한 의료 이용에는 전혀 유인책이나 제한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1차 의원에서 2차 병원으로 의뢰서를 아무리 쓴다 하여도 환자가 그 의뢰서를 들고 3차 병원 응급실로 찾아가면 아무 의미가 없다.
4) 미충족 수요 대응
일차의료 분야에서 '성과기반 일차의료시스템' 이라는 생소한 지불제도를 제시하였다. 아직 명확한 제도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성과기반'이라는 단어에 미루어 볼 때 기존의 만성질환관리제와 유사한 형태의 지불제도로 예상된다.
이러한 지불제도의 전환은 장기적으로 가입자와 보험자에게 불리한 행위별 수가제를 탈피하기 위한 단계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과거 신 DRG 사업과 만성질환관리제 등과 같이 초반에는 적정보상을 해오다 이후 점차 줄여버리는 행태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회복기 의료기관을 양성하고자 하는 것인데, 급성기와 장기요양으로 2분화된 병상공급의 구조를 좀더 세분화하여 회복, 재활기 병상을 추가하는 것이다.
급성기 병상과 장기요양 병상 모두 과잉공급이 된 상태에서 일부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재원 마련과 수가체계가 어떻게 형성 되는가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 병상의 구분이라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5) 평가, 규제 혁신
앞서 소제목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의료소비자의 이동을 유도 또는 제한할 제도가 도입이 되지 않는 한 공급자 중심의 평가나 규제는 의료전달체계에 있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찾아오는 환자를 거부할 권한이 없으며, 정당한 사유없이 환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또한, 의료 소비자의 전원 요구에 대하여 거절할 경우 발생할 민원 및 소송, 악성 댓글 및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의료소비자, 즉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규제 없이 공급자만 괴롭히면 절대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