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관 깜짝 제안에 전공의 2명 참석…의료계 "보여주기 쇼?"

발행날짜: 2024-02-29 19:36:41 수정: 2024-02-29 22:48:26
  • 복지부, 29일 공단 서울강원본부서 차관·전공의 대화 진행
    전공의 2~3명 참여…의협 "전공의 7대 요구부터 수용하라"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전공의와의 대화가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다. 의료계는 이 같은 정부 행사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전공의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공식 발표를 통해 전공의 대표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아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2~3명의 전공의가 참여해 복지부 박민수 차관과 대화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전공의와의 대화 행사가 저조한 참여율을 보인채 취재진들로만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공단 본부는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3시 30분이 넘어서는 취재진으로 입구가 막혀 전공의들이 인파를 헤치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공지를 통해 기자들에게 건물 내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공단 직원은 현장에서 취재진에게 길을 터달라고 거듭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또 이 행사는 언론에 노출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던 만큼, 박민수 차관도 뒷문을 통해 은밀히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외부인이 난입해 '국민 생명 볼모', '의사들 집단행동 중단', '환자 곁 지켜라'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또 이날 공단 본부에 외부인이 난입해 '국민 생명 볼모', '의사들 집단행동 중단', '환자 곁 지켜라'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펼쳐 공단 직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몇 명의 전공의가 참여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단 직원은 "1명 이상"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회의장으로 입장한 것이 확인된 전공의는 2명이었다.

이날 복지부와 전공의 대화는 오후 4시에 시작돼 7시가 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참석자 중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전공의 대표자가 참여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앞서 전공의들이 밝혔던 7대 요구안의 수렴 여부를 밝히지 않는 등 대화의 전제 조건을 해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공의 7대 요구안은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문의 인력 증원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다.

정부는 이중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수용하지 않고 대화부터 하자는 것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것.

이날 현장에서 회의장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는 2명 뿐이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회장은 "대화의 전제 조건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냥 대화하자고 말하면 응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이는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화를 시도했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거짓 대화 시도에 속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사태 해결에 진정성을 보이고 싶다면,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날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류옥하다 전공의 역시 정부를 믿을 수 없어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전공의와 대화하자면서도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등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화가 끝난 뒤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백브리핑을 통해 이날 참석한 전공의들은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전했다. 대화는 정책 내용과 배경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방식이었으며 공통적으로 이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길 바랐다는 설명이다.

이날 참석한 구체적인 전공의 수와 관련해선 10명 미만이라고 답하며, 행사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참석률이 떨어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자리가 보여주기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소수라도 참석자가 있었고 한 명의 전공의라도 돌아오면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향해 복귀시한까지 돌아오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여러분은 사직 행동으로 충분히 의사를 표현했다. 더 길어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복귀시한을 정한 것은 겁박하려는 게 아니고 돌아올 수 있는 출구 열어주는 것"이라며 "오늘까지 돌아오면 아무런 행정조치 없다. 환자들이 여러분을 기다린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환자들이 기뻐하고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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