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1년…여전히 냉담한 임상 현장

발행날짜: 2024-03-22 05:30:00
  • 주요 상급병원 처방 코드 부재·수요 확인 등 잰걸음
    전문가들 "임상 데이터 불충분…시장 개척까지 시간 소요"

국내에서 최초의 디지털치료기기(DTx) 허가 품목 1·2호가 나온지 1년이 지났지만 임상 현장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주요 이유로는 아직 의료진을 설득할 만한 근거의 축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코드 신설 및 부여가 안 돼 제도적으로 처방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21일 의학계에 따르면 DTx 허가 이후에도 실제 임상 적용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 소프트웨어 '솜즈'(Somzz)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데 이어 4월 웰트의 불면증 치료 소프트웨어 '웰트아이'(WELT-I)가 2호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DTx 최초 품목의 허가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임상 현장에서의 처방 빈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급에서는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이 1월부터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솜즈 처방을 시작했지만 대다수 의료기관에서는 아직도 처방이 더딘 편이다.

이와 관련 양광익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교수는 "병원마다 DTx 처방을 위한 세팅이 다 이뤄지지 않았다"며 "EMR과의 연동이나 수가 코드 등의 부여가 필요한데 서울에도 몇 개 병원만 적용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허가 후 1년이라고 하면 긴 시간처럼 보이지만 신약의 개발이후 병원에 들어가는 런칭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DTx도 이제 막 도입을 위한 걸음마를 뗀 단계"라며 "처방을 시작한 병원도 한달 동안 불과 8 케이스를 처방한 것으로 들었다"고 귀띔했다.

DTx는 도입 단계라 그간 치료 방법을 고수하던 의료진들의 의향을 바꿀만큼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고, DTx의 필요성을 느낄만큼 환자들의 인지도가 올라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의 개척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

양 교수는 "실제로 인지행동 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스마트폰 방식으로 바꾼 DTx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문제는 불면증을 겪는 나이대의 환자들이 중년이 많은데 과연 스마트폰 방식 DTx에 순응도가 높을지 의문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 구축에도 비용이 들고, 근거의 축적까지는 시간이 걸려 적극적인 활용보다는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것 같다"며 "처방이 가능하도록 환경이 구축됐는데 실제 처방 건수가 한달에 고작 10건에 그친다면 곤란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수요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A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A 교수는 "DTx가 임상적으로 활용할만한지, 환자들의 수요가 있는지 의료기관에서 관련 데이터를 수집 중에 있다"며 "작년에는 최초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끌어지만 지금은 어느 기관이 DTx 처방에 참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를 정도로 관심이 식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업체 중 한곳이 (임상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지만 여유가 없어 거절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DTx들은 적응증이나 급여 방식에서 제한적인 허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 임상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는 시점이 돼야 완전한 의미의 상용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DTx가 기술적으로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현재 불면증 적응증으로 개발된 것은 원래 있었던 수기 방식의 인지행동치료를 좀 더 편리하게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까닭에 출시 1년이 지났지만 환자들이 먼저 DTx 처방을 원한다든지 이런 변화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완전한 상용화가 된다면 그 이후에는 처방할 의사가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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