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이슈에 밀려 'CT·MRI 공동병상제 폐지' 무소식

발행날짜: 2024-03-28 05:32:00
  • "의정 갈등 장기화되며 소통 난항…의료 무관한 내용부터 정리"
    보건사회연구원, 단기연구 돌입…복지부 7월 입법예고 목표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로 소통이 단절되며, 의료계에 필요한 보건의료정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1월 시작된 'CT·MRI 공동활용병상' 제도 문제가 그중 하나. 지난 2021년 폐지라는 방향이 결정됐지만 세부내용을 결정짓지 못하며 공식화가 미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다듬어야 하는 내용이 남았는데 현재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소통이 쉽지 않다"며 "7월 입법예고를 목표로 추가 논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7일 복지부전문기자협의회를 통해 "공동활용병상 제도 폐지와 관련해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다듬어야 하는 부분이 남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CT와 MRI 등 고가의 특수 의료장비 검사는 일정 병상 이상 규모를 갖춘 의료기관만 진행이 가능하다.

정부는 시 단위 지역에서는 CT·MRI장비 허용 기준을 200병상 이상으로 제한했으며, CT장비는 군 단위에서는 100병상까지 허용했지만 MRI장비는 군 단위 지역에서도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으로 한정지었다.

이에 병상이 부족한 병원은 인근 의료기관에서 병상을 빌려 운영했는데 이것이 바로 공동활용병상이다. 예를 들어 200병상 미만의 병원이 부족한 병상수를 다른 인근 의료기관에서 빌려와 200병상을 채우는 식이다.

공동활용병상제도는 시행 초반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해 병상을 적절히 공유하며 필요한 CT·MRI검사를 실시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수요·공급의 흐름에 따라 병상을 빌려오고 싶은 의료기관은 많은 반면, 빌려줄 병상은 제한적이다 보니 '뒷돈'을 지급해서라도 병상을 확보하려는 행태가 의료계 관행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도에는 병상당 500만원까지 거래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제도의 폐해에 공감하며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의료계는 공동활용병상제를 개선함과 동시에 개원가에서도 CT, MRI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공동 활용병상을 대체하는 다른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최근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병상제 폐지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CT, MRI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86%의 응답자 중 대학병원에서 CT, MRI를 찍은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반면, 동네 의원 및 소규모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한 비율은 72%였고 이중 대다수인 97%가 만족했다고 답변했다.

김동석 회장은 "CT, MRI는 이제 특수의료장비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진단 도구로, 환자의 신속한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가 병상을 보유하지 못한 의원 및 소규모 병원에 해당 검사 장비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진료권을 침해하고,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공동활용병상제 관행 및 무분별한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막기 위해 지난 2021년 제도를 폐지하기로 확정 지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15년 이상 이어져 온 제도를 하루아침에 변경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특히 최근 의대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이에 대한 논의조차 나누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동활용병상제 폐지 관련 근거를 만들기 위해 최근 보건의료연구원에서 단기간 연구 수행에 돌입했으며 킥오프 미팅도 가졌다"며 "제도 정비를 위해 의료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품질관리검사기관 등의 내용을 다듬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다듬어야 하는 내용이 남았는데 현재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소통이 쉽지 않다"며 "7월 입법예고를 목표로 추가 논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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