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대표는 임종훈, 한미약품은 임종윤 체제 예상
상속세 해결·경영권 분쟁 통한 갈등 봉합 난제 여전
3개월간 이어졌던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에서 형제의 승리로 끝나면서 후속 작업의 일환으로 경영진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단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대표이사와 형제 중 차남인 임종훈 사내 이사가 공동 경영을 맡기로 했고 한미약품 대표직은 장남인 임종윤 이사가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4일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를 갖고 새 수장으로 임종훈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선임에 따라 기존 송영숙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 대표 체제가 시작됐다.
이번 공동대표 체제가 주목되는 점은 그간 경영권 분쟁으로 양측의 감정에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결국 모자가 공동 경영에 나섰다는 점이다.
실제로 1월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부터 시작된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3월 말 주주총회까지 약 3개월 가까이 이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송영숙 대표이사는 반대편에 서있던 두 아들을 해임했고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하며 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형제 측이 표대결에 승리하며 이번 이사회를 통해 다시 경영에 복귀하게 된 상황.
지난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표 대결에서 승리한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사내이사로 합류하고,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 등의 선임까지 의결되면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데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송영숙 회장이 이끌던 기존 4인의 이사진보다 많은 수를 확보함에 따라 지주사를 장악하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차남인 임종훈 대표이사와 송영숙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 오르면서 과연 그동안 깊어졌던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표이사 신규 선임에 이어 주목되는 점은 그룹의 주력사인 한미약품의 경영진의 변화다.
임종훈 이사가 지주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만큼 공동 전선을 구축했던 임종윤 이사를 주축으로 한미약품의 이사진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의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제기된 이후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서도 한미약품의 이사진에는 변화를 줄 수 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한미사이언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는 물론 대주주로 이를 지지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을 이사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곧 한미약품의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약품 이사로 올라선 뒤 대표이사로 오르는 과정을 밟을 것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다만 이같은 경영진의 변화와 별개로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한미사이언스의 주가 부양을 포함해 상속세 문제와 여기서 비롯되는 오버행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실제로 이번 그룹 통합은 기존 경영진의 상속세 문제가 얽혀있었던 만큼 현재 상속세 문제는 한미약품 일가의 큰 난제 중 하나다.
앞서 지난 2020년 고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였던 송영숙 회장과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등은 약 5400억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따라 송영숙 회장 일가는 5년간 6차례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까지도 절반의 상속세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당 납부기한이 이말 달로 다가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버행'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형제의 경영권 분쟁 승리에도 상속세의 해결은 물론 약속했던 한미사이언스 및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나아가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까지 숙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후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