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가협상단, 환산지수 차등 적용 시 수가협상 파행 예고
의원급 인상률 긍정적 신호에도 '한숨'…국고지원금 20% 강조
2025년도 의원 유형 수가 협상에서 지난해보다 높은 인상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올해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의 방식으론 저평가된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실효성 있는 협상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각오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지난 16일 의협 기자단과 인터뷰를 가지고 당일 이뤄졌던 의원 유형별 수가협상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전했다.
수가협상단 최성호 단장은 이번 협상의 키워드가 준법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 14%를 국고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증진금을 통해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6%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가 국고지원금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13%에 불과한 상황인데 이렇게 미지급된 비용이 2022년 기준 30조 원에 달한다는 것. 이에 더해 정부는 지난해 12월까지 6조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 시민·노동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대로 수가 협상을 하자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이 3년 연속 흑자를 내면서 28조 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3년 만기 국채 이율이 3.5%인 것을 고려하면 매년 1조 원 정도의 수익을 내는 것이 정상이다.
실제 공단은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4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공단을 이를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에 대한 운영비는 매년 4%씩 오르는데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1.7%인 것을 고려하면 불합리한 인상률이라는 것.
이와 관련 최성호 단장은 "정부도 법을 지켜야 한다. 이번 협상의 선결 조건은 정부가 재정적으로 자신들이 법으로 정한 내용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20%의 국고지원금이 꼭 지켜져야 한다. 공단 운영비 인상률 등을 고려해 수가 인상률도 그에 준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에게 국민을 위해 희생하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공무원은 그러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질의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공급자의 권리"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다음 회의 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고 답변에 따라 협상을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결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의원 유형 수가 협상에서 역대 최저인 1.6% 인상률이 결정되면서 올해엔 비교적 높은 인상률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근 숫자가 두 자리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수가협상단은 10%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가는 원가의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를 요구했는데, 고평가 된 항목의 수가 인하가 함께 이뤄진다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최안나 위원은 "오늘날에 모든 의료 왜곡과 문제는 추가소요재정(밴딩) 같은 불합리한 수가 협상 구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며 "정부가 강제지정제를 운영하겠다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의료가 왜곡되지 않도록 수가를 확보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체 검사나 영상에서 수가를 빼서 나눠주면서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수가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공단은 법이 근거한 20%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 유형이 높은 비교적 높은 인상률을 받을 것이라고 낙관해선 안 된다는 반박도 있었다. 수가 협상은 표면적으로는 진료비 증가율이 낮을 시 유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SGR 모형은 전년도 인상률 외에도 다른 요인들을 추가적으로 보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최근 10년간의 진료비가 누적 반영돼 결과를 쉽게 단정 짓기엔 복잡한 측면이 있는 것.
이와 관련 강창원 위원은 "작년도 의원 유형 수가 인상률이 타 유형이나 전년도와 비교해 낮다고 해도 공단에서 적용하는 수가 모형에선 불리하다"며 "공단은 수가 모형을 통해 산출한 수치에 의한 순위를 절대적으로 인상률에 결정해 현실과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들을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우리는 단체별 순위에 따른 배분 방식을 배제할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GR 모형 등 밴딩 설정에 사용되는 환산지수 모형이 부적절하다는 대한 비판도 여전했다. 공단은 올해 수가협상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SGR 모형 외에도 이를 개선 모형 ▲GDP 증가율 모형 ▲MEI 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 모형 등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덕분에 올해 협상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었지만, 수가협상단은 이 역시 기존의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모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참고 반영하고 있는지 밝힌 바 없고, 이 역시 지금까지의 높은 임금 상승률과 고물가 상황을 반영하긴 역부족이라는 것.
이와 관련 강창원 위원은 "SGR 모형은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도입한 미국에서조차 폐기한 모형"이라며 "이미 많은 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대체할 모형을 찾지 못해 기존 모형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 도입된 어느 모형을 사용하더라도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하진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공단의 연구 결과에 따라 정해진 순위를 무조건 적용하는 방식으론 현실에 맞는 수가 조정이 불가능하다. 연구 용역을 통해 순위에 얽매이지 않는 실효성 있는 협상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SGR 모형과 함께 문제로 지적됐던 밤샘 협상 관행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단은 이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앞당겨 진행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수가협상단 측은 밴드 사전 공개와 산출 근거를 공급자에게 제시해 미리 준비할 시간을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가 협상 순서가 바뀐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1차 협상에서 공단 측이 먼저 진료비 데이터 등을 공개하고, 하고 2차 협상에서 공급자 단체가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그동안 공단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료가 공유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어차피 밴딩 내에서 나눠먹기식 협상이 이뤄질 것이 뻔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마지막으로 수가협상단은 ▲행위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절대 불가 ▲단체별 순위 적용 철폐 ▲수가 협상 회의 실시간 생중계 등 전제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번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통해 필수의료 항목의 선별·집중 인상 계획을 밝힌 만큼, 행위유형별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와 관련 강창원 위원은 "지금까지 수가협상단은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도 회원들의 피해와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대승적으로 협상에 참여해 왔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더 이상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키지 않도록 비장한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수가 협상 논의과정에서 현행 의료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책이라도 강요된다면 우리 협상단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다"며 "우리 협상단은 여느 수가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협상 또한 일차 의료와 필수의료의 가치가 왜곡되고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