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계학술대회 앞두고 각 의학회 후원 요청 이어져
의료 대란 따른 매출 감소 부담…참석자 감소도 고민거리
올해 의학회 추계학술대회를 앞두고 각 학회들의 후원 요청이 이어지자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난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에서 시작된 의료 대란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학회와 병원의 후원 요구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A기업 대표이사는 "20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올해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다"며 "매출 감소도 문제지만 결제 등이 지연되면서 금융 비용이 커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하지만 각 학회와 의사회들의 후원 요구는 점점 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학회도 힘들다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각 학회들은 추계학술대회를 앞두고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들의 후원 유치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기업들의 참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회들도 비상이 걸린 상태. 일부 학회는 임원 총 동원설까지 나올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의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기업들도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원가나 약국, 병원급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주 거래처인 기업들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면서 말 그대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또한 각 병원들이 의료 대란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인해 납품 대금 지급을 계속해서 연기하면서 이에 대한 부담도 커진 상태다.
결국 의료 대란으로 병원의 매출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의료기기 기업들의 자금 상황이 악화되고 이들의 후원이 필요한 학회들까지 영향이 가는 도미노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학회의 회원들이 곧 고객이 되는 의료기기 기업들의 특성상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학회의 후원 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내 B기업 마케팅 임원은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기를 팔면서 학회와 등지고 장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구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보직자들이 다 거기 모여있고 고객들도 다 거기에 있는데 후원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들은 후원을 유지하되 금액을 조절하거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요도가 높은 학회만 후원하는 식으로 비용 감소를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A기업 대표는 "오죽하면 의료 대란으로 학회 참석자 수도 줄었는데 부스비도 좀 깎아주시는게 어떻냐는 제안까지 하고 있는 상태"라며 "실제로 학회 등록자 감소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 또한 부담되는 일 아니냐"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또한 회원과 임원이 겹치는 일부 학회들은 상황을 설명하고 모 학회나 더 지원이 적은 학회에만 지원하고 있다"며 "아니면 온라인 학회 등에 후원을 줄이는 등의 방법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