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전증센터학회, 국내 환자 치료 현황 및 개선안 제시
우울증·불안증·돌연사 등 동반 질환까지 이중고…"포괄적 지원 필요"
국내의 뇌전증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50%에 불과하고 매일 한 두명의 사망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다수의 뇌전증 환자들이 우울증과 불안증, 자살 충동 등 여러 정신사회적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사례를 참조해 포괄적인 진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1일 대한뇌전증센터학회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통한 뇌전증 환자의 포괄적 진료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에 과도한 전류가 흘러서 반복적으로 신체의 경련발작이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한국에만 약 36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뇌전증은 항뇌전증약을 투약하는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약 30%의 환자가 약물 난치성 뇌전증을 겪고 있다는 점.
치료되지 않고 환자를 방치할 경우 돌연사율은 17배가 높고 중증 난치성 뇌전증은 돌연사율이 30배가 높아 매일 한 두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가 사망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홍승봉 뇌전증센터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뇌전증 환자의 14년 장기 생존율은 50%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뇌전증이 발생하면 근육 경직 과정에서 근육이 융해되기도 하고 호흡 곤란으로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등 신체 손상율이 일반인 대비 최대 10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전증은 우울증, 불안증, 자살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 동반질환, 정신사회적 문제를 수반한다"며 "우울증은 30~50%, 불안증은 20~40%, 자살생각이나 계획은 20~30%에서 보고되고 이외에 실업, 해고, 차별까지 개별 환자가 겪어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뇌전증은 단순히 질환으로 끝나지 않고 정신사회적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뇌전증 수술, 정신사회적 지원, 진료 시간 증대와 같은 포괄적인 뇌전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 측 판단.
한국의 환자 진료는 2~5분으로 매우 짧아서 미국, 유럽, 일본의 포괄적 치료의 개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홍 회장은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90% 생존이 가능하다"며 "뇌전증도움전화를 통해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병원간 상담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고 국내 의료진조차 포괄적 뇌전증의 치료 개념과 중요성을 몰라 뇌전증 도움전화를 잘 안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 지역에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미국은 260개의 뇌전증센터에서 전문 상담을 지원하고 일본은 28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에서 상담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상담 서비스는 2015년부터 시작됐고 향후 49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에서도 뇌전증 진료 상위 20개 병원을 지원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환자 한사람 당 진료 시간이 30분, 일본국립뇌전증센터의 의사 수는 29명, 간호사는 83명에 달한다.
홍승봉 회장은 "미국은 진료 시간이 최대 60분에 달하는 반면 국내의 진료시간은 2분에서 5분에 불과해 환자들이 의사 눈치 보기에 바쁘다"며 "거점 뇌전증지원 병원에 뇌전증 지원 코디네이터를 한명씩 배정한다면 약물·수술치료 설명 및 뇌전증 인식 개선 활동, 다른 의료기관 진료 연계, 지자체 협력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의료가 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생활까지 돌보는 포괄적 치료가 빨리 도입되고 정착돼야 한다"며 "뇌전증은 질병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2중 고통을 받고 있어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제도가 도입된다면 포괄적 치료를 정립하고 발전시키는데 확실한 견인차가 될 수 있다"고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