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임상약리학교실 유경상 교수 제약협회 발간 소식시서 강조
DCT 관련 규제 변화 전세계서 진행…기업도 관심 개방적인 자세 필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산형 임상시험과 관련해 정부 차원이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기업들 입장에서도 임상 개발 전략 등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이를 주시하고, 변화에 개방적인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1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하는 KPBMA FOCUS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약리학교실 유경상 교수는 '분산형 임상시험 규제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칼럼을 통해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 DCT)'은 임상시험실시기관 외에서 수행되는 절차를 포함하는 형태의 임상시험으로, 다양한 요소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여러 보고에서 수치의 차이는 있으나 외국에 비해 DCT 요소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국가 간 법령과 제도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DCT 요소기술별로 다양한 규제적 이슈가 존재하며 비대면 진료, 의약품 배송 등 의료 전반의 논의와도 관련이 있으며, 요소기술별 규제 이슈 역시 서로 맞물려 있어 이해관계자 전반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며, 임상시험 전반 규제 관점에서 세부 사항을 체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살펴보면 우선 DCT에서 발생하는 많은 규제적 쟁점사항은 임상시험에서 의료행위와 연구행위가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의약품 임상시험은 약사법에 따라 지정된 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수행하도록 돼 있어 DCT에서 도입되는 임상시험실시기관 외의 임상시험 절차와 규정적으로 상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 수행 규정(의료법 제33조) 및 의약품 판매에 대한 규정(약사법 제50조) 등이 DCT의 요소기술과 관련되어 있어 포괄적인 제도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요소기술인 △지역의료기관 △웨어러블, ePRO △의료진의 가정방문 △환자직배송 △원격방문 등에 따라 약사법 내의 임상시험실시규정 및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 여부, 의료진의 자격요건 등의 쟁점사함이 있다고 정리했다.
이중 지역의료기관은 의료기관으로 분류되나 임상시험실시기관이 아닌 경우(예, 의원)가 많아 발생할 수 있는 규제적인 이슈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FDA는 2023년 발간한 DCT 가이던스에서 지역의료기관 소속 의료진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세부적으로 기술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식약처가 지난 4월 '지역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확대방안'을 통해 '임상시험용의약품, 임상시험계획서, 임상시험자 자료집 관련 세부 지식이 요구되지 않으며, 대상자 선별 또는 모니터링 관련 검사로서 일반 진료환경에서 수행되는 검사'에 대해 임상시험실시기관의 관리·감독하에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이는 임상시험실시기관 지정제 하에 지역의료기관의 참여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으며, 시험자의 관리 방식에 대해 FDA의 DCT 가이던스와 유사한 수준의 의무를 기술해 국제적인 DCT 규제조화 흐름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ePRO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경우 전통적 형태의 임상시험에서도 보편적으로 활용되어 온 기술이나 DCT 전반의 규제적 검토 맥락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해당 절차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 수행 규정(의료법 제33조)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복지부에서 발간한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건강검진결과 단순 확인 및 개인동의에 기반한 자료수집(검진결과 수치 해석 등은 불가), 개인용 의료기기를 활용한 건강정보·지표·수치의 측정(심전도·혈압·혈당 등) 등 건강정보의 확인·점검 행위 등만 수행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당 예시는 건강정보의 확인·점검 행위로만 한정돼 있어, 임상시험 관리기준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의학적 처치 등이 수반된다면 의료행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이에 대해 DCT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의료진의 가정방문은 임상시험실시기관 외 절차이면서 동시에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약사법과 의료법 관련 규정을 적용받으며, 추가적으로 가정방문을 수행하는 의료진의 자격요건에 대한 규정적 고려사항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즉 임상시험의 가정방문이 의료법상의 가정간호 행위에 해당하는지, 별개의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임상시험의 가정방문을 위해 필요한 자격 요건 등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정방문을 수행하는 의료진의 소속이 임상시험실시기관이 아닌 외부기관의 경우 파견법에 따른 파견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이에 대한 해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유경상 교수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논의들과 함께 기업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준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경상 교수는 "국내 DCT 관련 규제는 약사법, 의료법 등 임상시험과 의료 전반에 관한 규정과 맞닿아 있어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논의가 요구된다"며 "특히 의료행위와 연구행위의 구분, 임상시험실시기관 지정제 등 임상시험 전반 제도와 관련이 있어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전반적인 방향은 전세계의 DCT 관련 규제 변화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DCT 관련 규제 변화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국제 가이드라인 제·개정에 주목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할 수 있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DCT를 활용한 임상개발 전략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DCT 요소 도입 여부가 한국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정보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첨단 신약의 국내 도입과도 관련이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정부도 관련 사업단 및 협의체를 구성하고 가이드라인 작성, R&D 사업 등을 통해 DCT 국내 도입 기반을 구축 중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유 교수는 또 "DCT 요소들의 도입이 점점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활용이 기대되는 요소기술에 대한 정부 정책 제안 및 논의 참여, 사내 방침 수립, 그리고 그에 따른 지침서나 매뉴얼 작성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이 임상시험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연구인력들의 임상시험 디지털 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훈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임상시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DCT뿐만 아니라 실사용데이터(Real-world data, RWD)나 AI를 활용한 임상시험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상시험 기술 변화를 주시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