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개원가 노크하는 전공의들...피부성형 쏠림 조짐도

발행날짜: 2024-07-31 05:30:00 수정: 2024-07-31 09:16:47
  • 전공의 미지원…피부·미용 유입 정황에 '밥그릇' 비판 나와
    "전공의 생활고·개원가 경영난 생각해야…부적절한 시각"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인한 전공의 미복귀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이 개원가로 유입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의료계에선 이 같은 여론을 종용하는 형태에 비판이 나오는 한편, 취업 외에 또 다른 선택지를 마련 중인 상황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개원가로 취직하는 전공의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이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분야로 향하는 정황이 나오면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이다. 의대 증원 반대가 국민 건강을 위함이라는 의료계 주장과 달리 밥그릇 싸움이라는 식이다.

전공의가 개원가로 유입되는 상황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의료계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취업 외에 또 다른 선택지가 마련 중이다.

오는 31일 마무리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저조하고, 이들이 피부·성형외과에 대거 지원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나오면서 이 같은 여론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빅5병원조차 전공의 지원자를 모으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피부·미용 관련 봉직의 월급이 주 4일 근무 400만 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환자를 버리고 돈 되는 곳으로 간다'는 등의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의사회 임원들에게 이를 인정하는 답변을 듣고 싶다는 식의 인터뷰 요청도 계속되고 있다. 마치 이런 여론을 종용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이미 이런 인식으로 위축된 전공의들의 부담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전공의들이 다양한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특정 분야로의 취직으로만 부정적으로 조명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개원가로 진출하는 전공의는 전체의 10~2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고, 이들이 6개월간의 사직으로 생활고를 겪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역시 비판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피부·미용 분야 역시 경제 악화로 환자 수 감소와 물가·임금 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전공의가 돈을 벌기 위해 유입되고 있다는 시각은 어폐가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지난 28일 전공의 대상 실무교육을 진행했던 서울특별의사회 역시 이 같은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전공의 중 자녀가 있는 가장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비판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실제로 개원가 문을 두드리는 개원의는 일부고 이들은 가장이자 생활인이다"라며 "대부분 전공의가 6개월째 급여를 못 받는 상황인데 가장인 의사가 의료 현장에 기여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도 전공의들이 많은 월급과 돈 되는 것만 찾아간다는 식으로 인터뷰 요청이 계속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며 "반면 전공의와 개원가의 어려움은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는데, 사실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정해진 것 같아 개탄스럽다. 그래서 사실이 아닌, 방향이 정해진 것 같은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황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회에서, 향후 모든 학술대회에서 사직 전공의 등록비를 면제·최소화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대한의학회에 보낼 것을 제안해 수용됐다고 전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이 같은 여론을 인식하고 의협과 함께 취업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공의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지난 28일 이와 관련된 비공개회의를 거쳐 이날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연수강좌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다양한 진로를 지원한다는 것.

실제 다음 달 4일 의협 회관에서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주최, 대개협·의협 후원으로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개협 박근태 회장은 "전공의들이 올해엔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이들 모두가 개원가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개원가 문을 두드리는 전공의 중에도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거나 아예 취직하고 싶다든지, 아니면 단순히 경험 목적인 등 뜻이 다양할 것이어서 지원 프로그램을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이유가 있어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못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될지, 언제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 것이다"라며 "다시 돌아가거나 개원의가 될 수도 있고, 아예 신물이나 의료계를 떠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동안 개원가가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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