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트로닉부터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 연이어 감축
체외진단기업들도 대규모 감원…국내 법인들도 영향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연이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굴지의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 이로 인해 국내 법인들도 이에 대한 후폭풍에 휘말리는 모습이다.
2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의료기기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글로벌 대기업인 메드트로닉은 올해 초 인공호흡기 사업부를 아예 정리하고 극히 일부 호흡기 사업만 남기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메드트로닉은 2월 아일랜드 법인에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한 이래 4월에는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또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감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비단 메드트로닉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의료기기 기업인 지멘스 헬시니어스도 미국에서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대규모 감원을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유럽시장에 더 집중하기 위해 미국 시설을 아일랜드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뉴저지주에 위치한 체외진단 관련 제조 및 R&D 시설을 미국보다 더 수요가 높은 유럽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아일랜드로 이전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로 인해 부득이하게 올해 뉴저지공장 인력 인원의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장 이전은 체외진단사업부를 더욱 발전시켜 신속하고 민첩하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며 "공장 시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감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 발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연속혈당측정기로 유명한 덱스콤 또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미 지난 7월말 이미 535명에 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해고를 통보한 상황.
덱스콤은 나아가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서 운영중인 생산 시설을 통폐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체외진단기업들은 더욱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진단검사 기업인 그레일(Grail)이 350명을 해고했으며 세페이드(Cepheid)도 8월 한달 동안 6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또한 PCR 기업인 퀴아젠(Qiagen)도 미시간에서 운영하던 공장을 아예 폐쇄하고 200명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한 상태다.
이러한 글로벌 본사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국내 법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서 각 법인들 또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의료 대란으로 인해 대학병원의 진료 및 수술이 대폭 감소하면서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글로벌 A기업의 한국법인은 상반기에 영업 및 마케팅 부서 직원의 절반 가량을 구조조정한 상태다. 의료대란의 여파로 대학병원 영업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B기업 한국법인은 현재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퇴직 보상이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동요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기업 임원은 "한국법인 차원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부, 나아가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라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이미 본사 차원에서 채용은 물론 예산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우리나라가 노동 법규와 제도가 강해서 이 정도지 다른 국가 법인들은 거의 무차별 해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인 위기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정말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