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 자부심 '장기이식병원'의 뇌사판정과 장기기증(14화)

류나영 은평성모병원 교수
발행날짜: 2024-09-02 05:10:00 수정: 2024-10-21 08:49:12
  • 류나영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

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4회] 은평성모병원의 자부심,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서의 뇌사판정과 장기기증

류나영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은평성모병원은 故김수환 추기경의 이름을 딴 장기이식 전문병원으로서 그 명성을 자랑스럽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 칼럼을 신경과 전문의로서 의뢰받았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제 핸드폰 속 병원 뇌사판정팀 단체 연락방이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의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외과, 내과,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거의 모든 과가 포함된 팀으로 구성되어 있어, 장기기증이 필요한 순간에 즉각적으로 효율적인 의료 대응이 가능합니다.

뇌사 장기기증은 뇌의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실되어 회복이 불가능할 때, 환자 본인의 사전 동의나 가족의 동의를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뇌사 판정의 첫 단계에서 신경과 전문의는 환자가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지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이는 물리적,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포함한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 여부를 평가하며, 뇌간 반사 검사를 통해 환자의 기본적인 생명 유지 기능이 손실되었는지도 검토합니다.

자발 호흡의 유무는 특히 중요한 판단 지표입니다. 인공 호흡기를 일시 중단하고 환자가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며, 이 과정에서 혈액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여 높아지는 지도 확인합니다. 이러한 단계들을 거쳐 1차 통과가 되면 최소 6시간 뒤에 다른 신경과 전문의가 위의 절차를 다시 거쳐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이후 뇌의 전기생리적 활성을 측정하는 뇌파(EEG) 검사를 실시하여 뇌 기능의 완전한 정지를 확인합니다.

이후, 뇌사판정위원회가 개최되어 다양한 전문과 의료진들과 장기이식팀이 모여 국가 기준에 따른 뇌사 판정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장기이식 수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뇌사 판정은 법적, 윤리적, 그리고 인간적 관점에서 매우 엄중하게 처리되어야 하며, 신경과 전문의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큰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때로는 이러한 뇌사 판정 과정이 가슴 아픈 순간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결정을 통해 장기기증이 이루어질 때, 그 숭고한 선택은 끝나는 생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합니다. 이는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 아닌, 내일에도 살아있을 수 있는, 슬픔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장기 기증자와 가족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미사를 개최하여 그들의 숭고한 결정을 기립니다. 저 역시 이 미사에 참여하면서, 비록 얼굴을 마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함께 하길 마음 깊이 기도합니다. 이러한 기도와 함께, 우리 병원의 장기이식팀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하며 환자와 사회에 봉사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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