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SNS 통해 "전공의·의대생 의협이랑 같이 갈 생각 없어" 비판
정치권 4자 협의체 러브콜 본격화…의료계서 전공의 대표 참여 요구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공백 장기화 해소를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내년도 의대 증원 논의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의료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서 전공의·의대생이 대표로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회장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내홍이 더해지는 모양새다.
10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치권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요구에 의협이 전공의·의대생을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겨냥한 지적이다.
앞서 의협은 정치권의 4자 협의체 참여 제안에 2025·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인 전공의·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2027년 정원부터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의협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 아래 기재된 네 사람은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임현택 회장 및 이하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언급을 삼가시길 바라며, 임현택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 본인을 포함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 손정호, 김서영, 조주신 공동위원장 역시 임 회장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것.
이런 가운데 4자 협의체에 의료계가 참여토록 하기 위한 정치권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4자 협의체의 의료계 참여를 공동으로 요구하고 함께 노력하기로 협의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제일 중요한 문제는 의료계 참여 여부다. 의장과 야당이 정부·여당이 의료계 참여를 유도할 대화를 활발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며 "정부·여당이 현재 그렇게 노력 중이고 앞으로도 더 활발히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료계가 협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며 "야당도 협의체를 제안했던 만큼 이 부분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 이번 추석 전후로 더 집중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 의협이 전공의·의대생에게 협상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병원 등 의사단체 중에서도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책임을 의료계에 돌리려는 의도가 짙다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정부 전략을 파훼하기 위해 의협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모든 협상의 대표성을 부여하고 의결 권한을 위임하는 등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 같이 밝히며, 4자 협의체에 전공의·의대생·여당·야당·총리·대통령실 등에서 각 1인이 대표로 나와 끝장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대신 토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 요강 발표를 연기하자는 요구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미 의대 증원 갈등으로 인한 의료 붕괴 상황이다. 의료계에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는 의료계 단일안이 없어 현 사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명분을 쌓으려고 할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대표성을 가진 단체가 단일안을 가지고 협의체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와 정부의 지루한 자존심 싸움이 지속될수록 그 피해는 재앙 수준으로 커질 것은 분명하다. 정부 역시 추석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2025년도 증원안을 물리거나 조정하는 등 출구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현 사태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전공의와 의대생인 만큼 의협은 이들에게 대표성을 부여하고 협상의 모든 의결 권한 등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