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프레너·투비닥터 김국원·김경훈 대표 공동 인터뷰
취업난 속 첫 사직 전공의 주도 개원가 세미나 배경은
정부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취업전선에 던져지면서 개원가 술기를 배우기 위한 학술대회에 발길이 몰리는 상황이다.
이에 사직 전공의 스스로가 학술대회를 여는 등 이들의 홀로서기에 의료계 관심이 쏠린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대생과 젊은 의사를 위한 비영리단체이자 이들을 위한 '일차의료 101' 세미나를 개최한 닥터프레너 김국원 공동대표와 투비닥터 김경훈 대표를 만나봤다.
■사직서 수리되니 취업난 "바뀐 미래로 전공의 흩어져"
그동안 많은 전공의는 지난 2월 제출한 사직서가 7월까지 수리되지 않으면서 생활고를 호소해왔다. 이미 결혼해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도 많고, 의대를 다니며 받은 학자금대출로 부담을 호소하는 전공의들도 있었다.
더욱이 이들의 사직서가 한 번에 수리되면서 취업 경쟁이 심해졌는데,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규 취업한 전공의는 8900여 명 중 33%인 29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상급종합병원 위주인 전공의 수련이 개원가 취업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공의 스스로가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준비해, 서로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일차의료 101 세미나의 취지다.
이와 관련 닥터프레너 김국원 공동대표는 "갑작스럽게 바뀐 미래 때문에 여러 전공의가 각자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의 모양으로 흩어져서 나가게 된 게 이번 사태의 특징이다"라며 "하지만 취직하고 싶어도 사직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됐고, 이번엔 전공의들이 한 번에 나오면서 취직이 어렵게 됐다. 이에 많은 젊은 의사들이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상황이 어려운 전공의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어떻게 해야 취직을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선배 의사들께도 여쭤봤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더 공부해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런 세미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닥터프레너를 결성하게 된 계기도 이 같은 사직 전공의 지원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였다. 개인적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계약하거나 사람을 설득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진 공인된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같은 뜻을 가진 투비닥터와 연을 맺게 되면서 닥터프레너가 탄생했다. 투비닥터는 젊은 의사의 성장을 돕는다는 목표로 의대생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비영리단체다. 매거진 발간, 영상 제작, 행사 주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투비닥터의 김경훈 대표가 닥터프레너의 공동대표다.
■전공의 쫓아내는 정부 "꿈꾸던 의사는 어려워"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의 마음이 무색하게, 다른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도 안타깝다. 특히 김국원 대표는 어렸을 때 소아 천식을 앓았던 기억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소아 천식으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이때 의사 선생님들의 모습이 천사같이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이때 느꼈던 감사함으로 같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기로 했지만, 이젠 자신의 꿈을 다시 돌아보고 있다고.
그는 "종착지는 소아 천식으로 너무 힘들고 밤새 기침할 때 손을 잡아주었던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이다. 치료받으면 숨을 자연스럽게 쉴 수 있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어 참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며 "모든 의사가 꿈꾸는 것은 결국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고 내 직업에 보람을 느끼는, 그런 열정으로 내 젊음을 녹여낼 수 있는 직장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러 정부의 안들을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미래, 환자를 치료하고 병원을 뛰어다니는 멋진 의사로서 활동하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며 "특히 사람을 살리는 일로서의 의사는 굉장히 힘들어지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사직하면서 내가 이 젊음과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경훈 대표는 사직으로 인한 심정에 관한 질문에, 투비닥터를 결성했을 당시의 회상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투비닥터가 만들어진 2020년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의대 증원으로 젊은 의사 단체행동이 이뤄졌던 시기다. 당시 김 대표는 의대 본과 4학년이었고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하면서 길을 잃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 공부만 열심히 해왔을 뿐,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것. 주변의 의대생들 역시 '너무 학교에만 갇혀 있었다'라는 문제 인식을 공유하면서 그 시야를 넓히고자 투비닥터를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비영리단체다 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은 늘 골치다. 특히 투비닥터 결성 당시엔 마땅한 후원도 없어 대표의 사비를 털어 넣어 운영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숨통이 트일 정도의 후원이 이뤄지고 있고, 50여 명의 의대생이 참여해 활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특히 김 대표는 매거진 발간에 있어 섭외·취재·인터뷰·디자인·인쇄·배포 등 기획·제작 전 과정을 오로지 의대생들의 손으로 하는 게 큰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경훈 대표는 "투비닥터의 취지대로 의대생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말 못하게 뿌듯하다"며 "팀원인 의대생이 여러 경험으로 꿈을 찾으며 성장하고, 어떤 의사로 살지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투비닥터 덕분에 멋진 의사로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힘을 찾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두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려거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목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저 한 명의 사직 전공의로서, 다른 전공의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주도해 제공하겠다는 목표뿐이라는 설명이다. 기성 단체의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한 취지만을 지키겠다는 것.
■중요한 것은 교육과 글쓰기 "함께 보람 느껴야"
현 상황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대표는 교육과 글쓰기를 강조했다. 이중 전공의 교육과 관련해, 김국원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 시스템에서 3차 진료와 1차 진료 간의 연결고리가 부재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의 사직 전공의 구직난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김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수련병원에서 1차 의료를 배우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에도 있었던 문제인데, 이번 사태로 그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며 "기존 선배들도 봉직의로 일하기 전 1~2주 정도 1차 의료를 배우고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진료도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가 받는 수련은 3차 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교육과정이 부재하다"며 "해외의 경우 이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나라가 꽤 있는데 우리나라엔 없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고, 그 필요성을 느끼게 돼 이번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김경훈 대표는 글쓰기의 중요성과 관련해 의료계의 생각을 제대로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이번 의료 사태로 글을 쓰려면 그 근본적인 원인인 국민건강보험이 다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의 역사와 변화 과정, 타국과의 차이점 등 제반 지식뿐만 아니라, 2000년 의약분업 등 그간의 갈등 역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을 써보지 않으면 어떤 주제에 대해 본인의 생각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논리를 확립해 나가면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깊이 있는 생각을 가지는 훈련이 글쓰기고, 이것이 의대생과 의사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두 대표는 전공의들이 각자가 먹고살기 위해 흩어지는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의사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상호공생으로 가길 희망했다. 또 하루빨리 의정 갈등이 올바른 방향으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했다.
이와 관련 김경훈 대표는 "이번 사태에 스스로 많이 느꼈던 것은, 혼자만 성공해선 행복을 얻긴 힘들겠다는 것이다"라며 "뜻과 지향점이 맞는 분들과 함께하며 같이 성장하고, 또 의사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는 게 목표이자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국원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일을 아주 미약하게나마 해왔다. 앞으로도 이 사태에서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 같다"며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그에 맞도록 일을 해나가고 싶다. 그래서 빨리 이 사태가 올바르게 잘 마무리돼 스스로 꿈꿨던 멋진 의사로서 활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