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터지면 다 죽는다" 위기감 커지는 기기사들

발행날짜: 2025-05-07 05:30:00
  • 의료기기 수출 기업들 트럼프 관세 전쟁에 우려 증폭
    달러 강세에 수입사도 한숨…공급 중단 위기설 확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 올린 상호 관세 논란이 전 세계를 뒤덮으며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자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미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값 급등에 물류 비용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폭탄까지 떨어질 경우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에 대한 여파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들 뿐만 아니라 수입 기업들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행 현재 진행형…기업들 위기감 증폭

2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상호 관세 논란과 고환율 등의 이유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위기감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침내 한미 통상 당국이 관세 협상에 돌입했지만 미국이 이미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강공을 퍼붓고 있다는 점에서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관세 전쟁이 전 세계적 위기를 불러오면서 수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미국은 두말할 나위없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료기기 시장이라는 점에서 관세의 영향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의료기기 산업은 원가와 물류비가 높은 분야라는 점에서 더욱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들은 현재 진행중인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는 한편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예상되는 관세폭과 대미 수출 규모를 시뮬레이션하면서 과연 수출을 이어갈 수 있을지 타진에 나선 것.

실제로 국내 B기업의 경우 관세가 올라간다 해도 미국 내 판매가를 조정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현지 법인 및 대리점과 관세 부담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상태다.

말 그대로 제조 기업과 유통 기업이 관세 부담을 나눠서 최소한의 마진을 확보해 보자는 취지다.

국내 C기업의 경우 미국 시장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이 기업은 미국 수출 물량을 유럽으로 돌렸을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중에 있다.

유럽 국가들마다 관세는 물론 물류비와 판매가가 다르다는 점에서 미국 수출 물량을 어느 나라로 전환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가 증가하더라도 의료기기 분야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희망회로를 굴리고 있다.

일부 피부미용 기기 등은 어쩔 수 없더라도 치료재료나 수술 기구 등에 관세를 크게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

국내 D기업 임원은 "치료재료나 수술 도구, 인체 이식 제품 등은 미국 내에서도 필수불가결하게 수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러한 품목들에 관세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또한 피부 미용 레이저 기기 등은 지금도 상당히 고마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만약 관세가 올라간다 해도 이들 품목들도 큰 영향은 없지 않겠다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미국 진출 계획을 올스톱 시킨 채 다른 수출 노선을 알아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굳이 이러한 상황에 미국부터 진출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E기업 임원은 "트럼프 행정부 구성 이후 FDA의 허가 경향도 상당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진출 계획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전쟁 여파에 수입 기업들도 울상…공급 중단 위기설도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비단 의료기기 수출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에 대한 여파가 의료기기 수입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 관세 여파로 전 세계적인 불안감이 커지면서 각종 경제 지표는 물론 환율 등이 널뛰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지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금값과 환율이 급등하자 수입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상승 등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고환율 부담까지 커지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F기업의 임원은 "의료기기 중에 예상 외로 금이 들어가는 부품이 많다"며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금값 폭등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특히 수입 부분은 환율이 주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며 "특히 계약 시기와 납품 시기, 결제 시기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경우 이로 인한 손해가 막심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와 고환율,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외부 요인이 더해지면서 의료기기 공급 또한 불안정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 일부 의료기기가 공급 중단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심장 수술용 카테터나 신경외과 수술용 일부 소모품은 국내 수입, 공급 기업이 2~3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들이 흔들릴 경우 수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대응을 요청한 상태"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공급 중단이 예상되거나 낮은 상한 금액으로 인해 1년 이내 공급 중단이 예상되는 품목, 또한 해외 대비 현저히 낮은 수가로 인해 공급이 지연되는 품목 등에 대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한 상태다.

그 결과 현재 이같은 기준에 달하는 공급 중단 위기 품목이 100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수십종의 의료기기가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위기에 빠져있는 셈이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의 배경으로 특히 치료재료 상한금액 제도를 꼽고 있다.

의료기기 수입허가 및 급여 적용시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이 상한 금액을 조정할 수 없어 아예 수입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가가 50원일때 상한금액이 100원이라면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으로 원가가 120원이 된다면 공급을 지속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진휴 부회장은 "의료기기 수급의 불안정은 환자 진료와 수술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수익성 저하로 시장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다 상한금액 제도로 이미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계 부처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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