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1만4036정, 식욕억제제 1만9264정 한번에
전진숙 의원 "NIMS 마비 수준… 식약처 사실상 방치"
한 명의 의사가 졸피뎀 1만4036정과 식욕억제제 1만9264정을 단 한 번에 처방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사안을 발견하고도 언제부터 이런 행위가 이루어졌는지, 얼마나 반복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6월 16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처방 내역 분석 과정에서 해당 의료기관의 비정상적 처방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같은 날 현장점검을 진행한 결과 해당 의사는 과거부터 졸피뎀과 식욕억제제 등 마약류 사용 보고를 하지 않아 재고량이 맞지 않자, 이를 맞추기 위해 본인 명의로 허위 처방을 입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실제 환자 치료 목적이 아닌 시스템상 재고 차감을 위한 허위 처방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런 행위가 언제부터 반복됐는지,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발생했는지, 실제 환자에게 얼마나 투약되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수사 관련 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식약처는 사건을 인지한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2025년 9월 10일, 해당 의사를 관할 지자체와 수사 기관에 행정 처분·수사 의뢰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사건이 터진 뒤 뒤늦게 수습에 나선 수준의 대응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전진숙 의원은 "한 명의 의사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라는 두 가지 마약성 약물을 동시에, 그것도 수만 정 단위로 처방했다면 이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이 붕괴된 사안"이라며 "식약처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있다. 마통 시스템이 아니라 '마비 시스템'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국가 핵심 장치임에도, 식약처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허위 보고와 대량 처방이 가능했다는 점은 중대한 직무유기"라며 "행정 처분과 수사 의뢰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마약류 재고 및 보고 실태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