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진료지원 조항 논란에 본 취지 잃었다"

발행날짜: 2025-10-31 11:17:52
  • 법무법인 선의 오지은 변호사(서울대병원 간호사 출신)
    "자격·교육·책임 모두 모호…'회색지대' 남긴 간호법"

"30여 년을 기다려온 간호법이 통과됐지만, 정작 현장의 간호사들은 '우리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간호법에 진료지원간호사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모든 이슈가 빨려들어갔다. 본래 취지는 사라졌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출신 법률사무소 선의 오지은 변호사는 30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간호법 및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오랜 세월 논의된 간호법이 전공의 파업과 의료대란 속에서 급물살을 탔지만, 진료지원조항을 둘러싼 혼란 속에 본래 취지는 희미해졌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선의 오지은 변호사는 "간호법에 진료지원 업무 내용이 포함되며 방향성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오지은 변호사는 "간호법의 본래 목적은 임상 밖, 즉 학교 보건교사나 산업장 보건관리자, 헌혈의집 등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컨대 보건교사는 학교보건법상 제한된 응급처치만 가능했고, 그 외 행위는 의료법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며 "또한 헌혈의집에서는 간호사의 바이탈 체크조차 '의료행위기 아니냐'는 민원 등이 있었다. 간호법이 처음 논의된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회색지대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간호법은 1990년대부터 단독법 필요성이 제기돼 발의가 이어져 온 법으로, 기존 의료법은 의료기관 내 간호사를 중심으로 제정돼 그 외의 지역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상황은 바뀌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과정에서 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함을 확인했고, 정부와 정치권은 비대면·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인프라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의료인력 공백이 맞물리면서 간호법은 빠르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의대증원이 촉발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도 속도를 더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방향성이 흔들렸다. 본래 비의료기관 간호 업무의 법적 정립을 함이었으나, 정작 '진료지원 업무' 관련 조항이 포함되며 본질을 잃은 것이다.

오지은 변호사는 "간호법에 '진료지원 업무'가 들어가면서 현장의 혼란이 커졌다"며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업무 개념인 '진료보조' 개념조차 판례에서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고 세부 상황에 따라 결론이 엇갈리고 있다. 진료지원이 무엇인지, 진료보조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조차 명확한 경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복지부는 진료지원 업무의 세부목록으로 43개 항목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골수검사가 포함돼 있다.

오지은 변호사는 "최근 간호사의 골수검사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가 나왔는데 '의사만의 단독 행위는 아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금지한다'고 조건부 판단을 내렸다"며 "하지만 복지부 세부목록에는 어떤 경우에 행위가 제한되는지 명확한 내용이 없다. 이렇게 되면 지시하는 사람은 해도 된다고 주장하며, 거부할 경우 왜 하지 않느냐는 등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어 "의사의 전문적 판단 후 일반적 지도, 위임을 내린 경우를 조건으로 달고 있지만 실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해소하기에 너무 모호하다"

■ "간호사 인력·수가·처우 개선 제자리걸음…젊은 간호사 외면"

그는 간호법이 정한 진료지원인력 자격 요건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호법 제14조는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려는 간호사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1항은 전문간호사 자격을 보유할 것, 2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의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간호법 제14조는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려는 간호사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오지은 변호사는 "진료지원인력으로서 전문간호사 자격은 환자 안전 측면에서 찬성하지만, 복지부령 교육과정 이수는 형식화, 외주화될 위험이 높아 역량 담보가 어렵다"며 "현장 술기는 결국 병원별 수준에 맞춘 내재적 교육이 핵심인데, 현실은 전공의 교육여건과 인프라 조차 불충분해 얼마나 충분한 교육이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의 법적 위험도 또한 높다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하면 진료지원 간호사 본인이 스스로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며 "모르니까 시켜서 했다는 주장은 판례 경향을 기반으로 살펴볼 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 경력이 많을수록 법원은 이를 정당한 면책사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의 책임도 작지 않다"며 "전문간호사가 아닌 인력에게 위험 의료행위를 알고 맡겼다면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로 의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료지원인력의 수가·보상체계가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간호사 행위를 의사 행위와 동일하게 책정할 수 없는 상황 속, 별도의 간호사 수가를 책정하면 같은 행위에 의사 대신 간호사를 투입하려는 유인이 커져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은 변호사는 "아무리 숙련된 간호사라도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 의사와 간호사는 교육과 평가, 볼 수 있는 스코프 등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는 실습과 교육 경로에 따라 능력 차이가 크고, 면허제도의 취지는 그 하한선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 불명확한 회색지대를 넓히는 것은 결국 의료행위를 시키는 의사, 수행하는 간호사, 마지막으로 환자 모두에게 큰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간호법은 제정 됐지만 본래 취지이던 보건교사·산업장·헌혈 분야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며 "간호사가 실제로 일하는 근거 법령이 90여 개 이상 흩어져 있어, 국민이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고 분쟁 시 판단 도구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력·수가·처우 개선 역시 제자리걸음"이라며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지정은 이미 의료법에도 있었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젊은 간호사들이 문제의식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간호법은 간호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법이었지만, 현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진료지원 업무라는 새로운 장치를 두면서 본래 취지는 묻히고,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며 "진료지원 조항은 앞으로 의료분쟁과 소송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도록 범위·자격·교육·수가·책임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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