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 파장 사업방향 수정 불가피…일방적 행정에 울상

발행날짜: 2026-01-02 05:30:00
  • [신년 기획②] 정부 약가제도 개편안에 사업계획 초기화
    매출 타격으로 경영악화‧투자 축소 예상…업체별 희비도

새해가 밝았지만 국내 제약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우울하다. 이는 연말 발표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업계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약가제도 개편에 따라 각 기업들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데다, 당초 계획했던 사업들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기대했던 연구개발(R&D) 등의 증가보다는 오히려 투자의 축소와 경영 악화로 인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월 28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이미 해당 개선안에 약가 인하가 대거 포함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이어졌지만 결국 약가인하 등이 포함된 안이 발표되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 사업계획서 작성 이후 발표…업계 혼란 지속

약가제도 개편안 중에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은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하는 등의 안이 포함됐다.

결국 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이에 반발하며 비대위를 꾸리며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등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제약업계의 경쟁력 약화만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개편안이 연말에 공개되면서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내년 사업계획을 사실상 초기화 해야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최근 비대위가 공개한 제약바이오기업 CEO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한 기업의 74.6%(44개사)는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전면 혹은 일부 취소하거나, 출시 계획을 변경 혹은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이들 44개사 중에선 중견기업이 31개사로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8개사), 대형기업(5개사)이 뒤를 이었다.

응답한 기업들은 이같이 답변한 이유로 ▲수익성·채산성 악화 ▲사업성 재검토 ▲개발비 회수 불가·경제성 미성립 ▲원가 상승 및 외부 환경 요인 등을 꼽았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 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 이어 CEO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전하고 있다.

특히 제약기업들의 특성상 11월말은 사실상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피로도는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선 제네릭 출시를 시작으로 각 회사마다 염두에 둔 글로벌 진출 및 신약 출시 등 각종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당 개편안이 실제 적용될 시점에 부정적인 변화 등으로 제약업계의 예측 가능성을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이뤄지기 전에 이미 사업계획안을 마련한 상태였는데, 발표 이후 사실상 초기화 된 상태"라며 "개편안을 정확히 알수 없어 다양한 안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실제 발표 이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해야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안의 경우 미리 의견을 수렴해서 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안을 제시한 이후 불만 정도를 보고 이를 수정하는 것 같다"며 "제약업계의 우려는 충분히 전달 됐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반영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결국 실제 발표 이후 제약업계의 경영 악화가 이어질 경우 사업계획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개편안 자체가 기업들의 희생을 사실상 강제하는 만큼, 기업들은 매출 타격 및 영업이익 감소로 인한 사업 축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제약업계 매출·영업이익 타격 불가피…투자·개발·출시 다 초기화

실제로 비대위 설문에서도 응답한 59개 기업의 연간 예상 매출손실액은 총 1조 214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으며, 기업당 평균 매출손실액은 233억 원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매출 손실률이 10.5%로 가장 컸으며, 이어 중견기업 6.8%, 대형기업 4.5% 순으로 나타나 중소·중견기업일수록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약가인하가 예상되는 품목은 4866개로, 중견기업이 3653품목(75.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형기업 793품목(16.3%), 중소기업 420품목(8.6%)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CEO들은 기업당 평균 51.8%의 영업이익이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의 예상 영업이익 감소율이 55.6%로 높았다. 이어 대형기업 54.5%, 중소기업 23.9% 순이었다.

이처럼 매출 및 영업이익의 감소는 제약업계의 사업계획 및 향후 투자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설문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는 2024년 1조 6880억 원 중에서 2026년 4270억 원을 줄여 평균 25.3%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설비투자 역시 2024년 6345억 원에서 2026년 2030억 원을 줄여 평균 32.0%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제약업계는 신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노후화된 설비 정비 및 향후 매출 증가, 영업이익률 개선을 위해 설비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약가 인하가 현실화 되면 이같은 투자 확대는 오히려 역행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는 결국 수익 감소를 전제로 하는 만큼 자금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그럼 먼저 R&D 투자나, 자금이 필요한 여러 사안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며 "나아가 영업이익률 축소는 고용 감축 등도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설문에서도 59개 기업의 현 종사자 3만 9170명 중 약가개편안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1691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답변이 나왔다. 이는 종전 인원 대비 9.1%의 감축률이다.

특히 앞선 설문들과 마찬가지로 매출 감소 등에 따른 투자 등의 축소와 인원 감축 역시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영향이 클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안이 사실상 기업 규모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안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으로 인한 약가인하가 제약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기업 규모간 격차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기업 규모간 격차 클 것…중견사 큰 타격

이같은 우려는 현 제약업계의 상황이 각 기업 규모에 따라 그 타격 역시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현 시점에서 중소제약사의 경우 제네릭에 의존도가 큰 만큼 매출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것.

여기에 제네릭 중심에서 개량신약 및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인 중견제약사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의 기조 자체가 제네릭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 만큼 제네릭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국내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반대로 이득을 볼 기업, 혹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등을 포함해 이미 연구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거나 오리지널 등을 보유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 할 것"이라며 "결국 타격은 중소제약사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견제약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견제약사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제네릭을 넘어 개량신약 및 자체적인 신약 개발 등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 이번 약가 인하의 고비를 넘기 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중견제약사인 B사 관계자는 "약가인하의 타격이 예상되는데 현재 보유한 개량신약이나 진행중인 개발에서는 혜택을 보기 어렵다"며 "체질 개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가 인하가 먼저 진행되면 추진하던 개발 등이 무산돼 오히려 과거로 역행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내 대형제약사에 속하는 C사 관계자는 "상위사는 연구개발의 투자를 이미 충분히 진행하고 있고, 또 이를 버틸만한 품목 등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며 "반면 중견사는 투자를 이어가기 힘들고, 중소제약사는 사실상 규모가 축소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약가인하 역시 제약사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중견제약사 D사 관계자는 "지난 일괄 약가 인하나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이나 제약사가 너무 많다는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하지만 현재 제약기업들은 각 규모마다 역할이 있고 이들의 경쟁력이 전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간과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도 각 기업들이 채산성에 따라 포기하는 품목이 늘고 있는데 약가인하가 이뤄지면 이는 더 가속화 될 것"이라며 "필수의약품·원료의약품 공급망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조치는 오히려 이를 역행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선 비대위 설문에서도 약가제도 개편 시 가장 우려되는 사항에서도 채산성 저하에 따른 생산중단과 연구개발 투자 감소 등을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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