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원, 의사 회원 1378명 이메일 설문 결과 공개
전공의 주 6.3일로 최장 근무…직역·기관별 격차도 뚜렷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의사들은 여전히 주 6일 이상 근무를 기본값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10명 중 7명 이상이 주말에도 근무하고, 상당수는 휴일 없이 진료를 이어가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OECD 국가 대비 의사 수가 적다는 수치만으로 인력 부족을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30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한국 의사의 근무시간'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의사 인력의 노동 실태를 분석했다.
의사 인력 문제는 정부, 의료계, 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주제로 의료인력 정책을 '정치적 논쟁'에서 '실증적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대한의사협회 회원 DB를 활용해 2025년 9월 25일부터 10월 17일까지 이메일 방식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최종 5만 4469명에 설문지를 발송하고 1378명에게 설문 응답을 받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의사들은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 과도한 근무 일수와 시간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의료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한 지표로 분석됐다.
의사들의 주당 평균 근무일수는 5.8일로 나타나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일반 노동 시장의 흐름과는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주 6일 근무를 수행하는 비율이 55.0%로 과반을 차지했으며, 휴일 없이 주 7일 내내 근무한다고 답한 비중도 16.6%를 기록했다.
반면 주 5일 근무를 지키는 의사는 전체의 24.5%에 머물러 상당수 의사가 주말 중 하루 이상을 진료나 연구 등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역과 근무 기관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전공의의 경우 주 평균 근무일수가 6.3일로 가장 길어 수련 과정에서의 노동 강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입증했다.
개원의 역시 주 6.0일을 근무하며 평균치를 상회했다. 근무 기관별로는 상급종합병원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주 6.1일로 가장 많은 날을 근무하고 있었으며, 종합병원은 5.7일, 의원급은 5.9일 순으로 집계됐다.
휴무일로 간주되는 토요일과 공휴일의 근무 비중은 일반적인 근로 형태와 큰 대조를 이뤘다. 전체 응답 의사의 79.7%가 토요일에도 진료를 수행하고 있었으며, 공휴일에 근무하는 비율은 34.0%, 일요일 근무는 19.8%로 나타났다.
특히 개원의 집단에서는 토요일 근무 비중이 95.9%에 달해 대다수 동네 의원이 토요일 진료를 당연시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공휴일 근무 비중이 64.2%로 높게 나타나 중증 환자를 담당하는 대형병원의 업무 특성이 투영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근무 형태의 원인을 분석하며 의료인력 수급 정책 수립 시 단순한 인원수 산정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논의되는 의사 수 부족 논란은 개별 의사가 투입하는 노동의 질과 양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것.
의사의 근무시간이 길다는 것은 단위 시간당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집중도가 분산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 인력의 생산성 변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전일제 환산근무제(FTE) 도입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단순히 면허를 보유한 인원수를 세는 방식 대신 실제 의료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력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보다 현실적인 인력 수급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근무시간 단축이 사회적 요구로 부각될 경우,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의 규모는 현재의 추계치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정책연구원 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도출된 객관적 지표들이 향후 정부의 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서 근거 자료로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의 실질적인 노동 여건을 외면한 채 진행되는 인력 논의는 현장과의 괴리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증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들의 적정 근무시간을 보장하고 이를 인력 정책과 연동하는 체계적인 매커니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원은 "한국 의사들의 근무 환경은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한 상시적인 노동 체계로 이뤄져 있다"며 "이러한 고강도 근무가 의료 체계를 지탱하는 기반이 돼온 만큼, 향후 정책 논의에서는 근무시간의 변화가 의료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