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병원, 재생의료 혁신 플랫폼…줄기세포로 잇는다"

발행날짜: 2026-04-09 05:30:00
  • 서울부민병원 이주호 첨단재생의학연구소장
    재생의학, 임상 현장 패러다임 전환점 짚어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간암·간이식 분야 전문가인 이주호 서울부민병원 첨단재생의학연구소장 겸 간센터장이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을 떠나 새 출발을 알렸다. 행선지는 관절·척추 전문병원으로 알려진 서울부민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관절 전문병원을 택한 조합이 언뜻 낯설어 보이지만, 그가 그동안 쌓아온 재생의학 이력과 맞물리면 줄기세포, NK면역세포 등 이 소장이 갈고 닦은 세포치료 연구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대학병원에서 첨단연구를 해도 실제 환자에게 닿지 못하면 학문적 자기 만족에 그칠 뿐입니다. 기초연구와 환자 치료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좋은 기회가 되어 서울부민병원으로 옮겨 연구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서울부민병원 이주호 첨단재생의학연구소장

그가 말하는 'Bench to Bedside', 즉 연구실에서 병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 이주호 소장은 이것이 가장 잘 작동하는 환경이 2차 병원이라고 단언한다.

이주호 소장은 대학병원에서 간암 NK 세포치료 등 굵직한 성과를 일군 의료진. 그가 2차병원에 둥지를 튼 이유는 분명하다.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는 2차 병원이 단순히 '연구 가능' 수준이 아니라, 신의료기술 도입 속도와 사업화 전략까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낮은 규제 진입장벽, 빠른 승인 프로세스, 환자 접근성, 비용 효율성까지…이 네 가지가 결합되면 '임상연구 = 신의료기술 도입'이 곧바로 연결됩니다."

부민병원 그룹은 이미 이 기반을 닦아 놓았다. 서울부민병원과 해운대부민병원이 각각 보건복지부 지정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선정됐고, 정훈재 연구원장 주도로 국내 2차 병원 최초의 첨단재생의료·AI 연구 중심 R&D(미래의학) 연구소를 준비하고 있다.

"부민병원그룹은 부산·서울·제주를 연결하는 의료 인프라가 있어요. 임상 환경에 최적화된 재생치료를 희귀·난치 환자들에게 더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관절·척추 특화 병원의 연구소장을 맡았다는 조합은 언뜻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이 소장은 오히려 이 지점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확신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연골전구세포(chondroprogenitor cell)다. 퇴행성 슬관절염 환자에서 손상된 연골을 근본적으로 재생하는 치료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중간엽줄기세포(MSC) 치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MSC 기반 치료는 세포 집단의 이질성, 분화 효율의 불확실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이미 연골 계열로 분화가 유도된 연골전구세포는 연골 기질 생성 능력이 향상돼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재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조직 유래 중간엽줄기세포(ADMSC)는 복부나 엉덩이 등에서 간단한 시술로 채취 가능하고 소량으로도 대량 증식이 가능해 자가 세포치료제로서 현실적인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골수 유래 줄기세포를 간경변증 치료에 적용해온 이 소장의 연구 경험이 관절 영역에서 새로운 방향을 여는 셈이다.

"부민병원은 로봇 수술과 재활치료 등 비침습적·최소절개 수술에 특화돼 있습니다. 여기에 줄기세포 치료를 접목하면 시너지는 상당히 클 것으로 봅니다. 수술적 치료의 한계를 비수술적 재생치료가 보완하는 구조죠."

이 소장이 분당차병원에서 쌓아온 또 다른 핵심 연구는 NK세포 면역치료다. 수술이 불가능한 중기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경동맥화학색전술(TACE)과 자가 NK세포 치료를 병합한 전향적 공개 임상연구(승인번호 R-2-0003)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

6개월 시점 객관적 치료반응률(ORR)은 NK세포 병합군 100%, TACE 단독군 60%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p=0.05), 무진행 생존 기간(PFS)은 병합군 9.3개월 대 대조군 3.2개월로 2.5배 이상 연장됐다(p<0.05). 10명이라는 소규모 파일럿 연구이지만 방향을 확인한 데이터였다.

"국내 간암의 약 40%가 절제 불가능한 중기 또는 국소 진행성 간암입니다. 가장 많이 시행되는 치료가 TACE인데, 여기에 NK세포 치료를 더하면 재발 억제와 PFS 향상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그가 함께 연구해온 ADAM9 바이오마커가 연결된다. 암세포는 NK세포의 감지를 피하기 위해 ADAM9이라는 단백분해 효소를 발현시켜, NK세포 활성화 수용체(NKG2D)의 인식 지점인 MICA를 잘라낸다. NK세포는 암세포를 감지하지 못하고 면역감시 시스템이 마비되는 구조다.

"표적항암치료나 면역항암치료로 ADAM9 발현이 충분히 억제된다면, NK세포의 항암 면역기능 회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곧 NK세포 병합치료에서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이게 진정한 '환자 맞춤형 정밀면역치료'로 가는 길입니다."

이 연구 흐름을 부민병원이라는 2차 병원 플랫폼에서 어떻게 이어갈지가 이 소장 앞에 놓인 과제다. 그는 규제 완화와 임상현장 중심 구조가 결합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위가 이 연구의 속도를 대학병원보다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 소장이 그리는 5년 후 부민병원의 모습은 단순한 임상 기관이 아니다. '국내 최초(First in class), 최고(Best in class)의 첨단재생의학 연구 및 치료 센터'가 그가 꿈꾸는 미래다.

줄기세포, NK면역세포, 조직공학 치료제를 아우르는 세포치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간암에서 연마한 정밀면역치료 역량을 관절·척추 재생 분야와 교차 적용하며, 부산·서울·제주를 잇는 그룹 인프라로 전국 희귀·난치 환자에게 닿을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게 그의 목표다.

"관절·척추 분야 전문병원으로 다져진 부민병원의 토대 위에 세포치료의 미래를 구상 중이다.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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