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민 교수, 의료인이자 환자 보호자로 본 '임델트라' 급여 필요성
"벼랑 끝서 확인한 일상의 소중함, 중증 질환 재정 우선 배분 절실"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의사로서 신약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보호자로서는 억 단위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살던 집까지 처분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중증 환자 가족의 현실이다."
최근 제약업계와 임상 현장의 이목이 암젠의 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임델트라(탈라타맙)'에 쏠리고 있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극히 불량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1차 치료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었던 영역이다.
이런 가운데 건양대병원 신장내과 황원민 교수가 의사이자 소세포폐암 투병 중인 환자 보호자로서 임델트라의 신속한 급여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28일 황원민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임델트라 투여 이후 달라진 '일상의 기적'과 그 이면에 가려진 '비급여'로 인한 재난적 의료비 부담 문제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소세포폐암이 앗아간 평범한 일상
황원민 교수의 아내가 소세포폐암이라는 상대적으로 '희귀암'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2020년 시작된 단순 기침에 처음 받아든 처방전은 '감기약'이었다. 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흉부 엑스레이에서 우측 폐에 흉수가 차오른 것이 발견됐다.
황원민 교수는 "처음엔 결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가 이뤄졌지만, CT 검사에서 기관지 사이의 거대한 종괴가 발견되며 상황이 급변했다"며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비흡연 여성이라는 조건 때문에 처음부터 소세포폐암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상 현장에서 폐암이 의심될 경우, 일반적으로 전체 폐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15~2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주로 흡연력이 있는 남성에게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첫 조직검사에서도 비소세포폐암 진단에 따라 표적항암제 사용을 위한 바이오마커 검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의사인 황 교수의 직감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결국 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재검사를 밀어붙인 끝에, 최초 이상 소견 발현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소세포폐암'이라는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진단명 하나를 확정 짓는 데만도 보호자와 환자의 피를 말리는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다행히 1차 면역항암제(아테졸리주맙)가 그해 급여 적용을 받으며 치료가 순탄했다. 2년간의 급여 치료 후 전액 자비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치료를 이어갔고, 흉수가 소실되며 완치의 꿈을 꾸기도 했다.
희망은 2025년 허리 통증과 함께 깨졌다. 단순 디스크로 여겼던 통증은 흉추 12번의 광범위한 전이로 확인됐다. 황 교수는 곧장 아내를 업고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입원 당시 아내는 산소포화도가 90%까지 떨어졌고, 척수 압박으로 하반신 마비 위험이 커 응급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 시도한 2차 항암치료는 재앙에 가까웠다. 황원민 교수는 "첫 투여 후 극심한 구토와 부작용으로 백혈구 수치가 1000 미만으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폐렴까지 동반되며 인공호흡기 없이는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담당의조차 기존 치료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절체절명에서 만난 '임델트라'
이때 황 교수의 뇌리에 스친 것이 임상연구 단계에서 주치의로부터 들었던 '임델트라'였다. 그는 임델트라가 허가될 당시부터 관련 기사와 논문을 꼼꼼히 살피며 주목해왔다. 특히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였던 아내의 사례를 볼 때, 세포독성 항암제와 전혀 다른 기전을 가진 이중항체 신약 임델트라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황원민 교수는 "처음 임델트라 치료를 고려했을 땐 국내에 약제가 출시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며 "정작 살릴 수 있는 약을 눈앞에 두고도 쓸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절박해 일본과 미국의 의료진 지인들을 통해 해외 원정 치료 가능성까지 알아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국내 출시 및 병원 도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면서 지난해 10월 첫 투여를 시작할 수 있었다.
NEJM에 게재된 'DeLLphi-301' 연구에 따르면, 임델트라는 2회 이상 치료 경험이 있는 재발성 환자에서 40%의 객관적 반응률(ORR)과 14.3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을 입증했다. 국내 의료진이 제1저자로 참여해 국내 임상 데이터도 풍부했다.
황원민 교수는 "데이터상의 수치는 내 아내에게 100%의 기적이었다"며 "투여 1주일 만에 산소포화도가 정상화됐고, 한 달 만에 스스로 걸어서 퇴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함께 유럽 학회에 다녀올 정도로 일상을 회복했는데, 이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가정의 회복'이었다"고 강조했다.

감당 못 할 '비급여의 무게'
기적처럼 아내의 상태는 호전됐지만, 뒤따라온 경제적 압박은 잔인했다. 비급여 상태인 임델트라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황원민 교수는 살던 대전 집을 처분했다.
황원민 교수는 "1년 치 치료비에 해당하는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며 "월 카드 한도를 최대한 높였음에도 약제비 결제가 불가능해 결국 현금을 지참해 병원비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까지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은 의료진에게도 거대한 장벽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환자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라면 의료진은 권하기조차 미안해진다"며 "비급여 장벽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환자와 가족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위축시키고 생존권을 경제적 조건에 종속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황원민 교수는 의료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급여 평가 구조의 모순을 짚었다.
황원민 교수는 "현재 이해충돌(COI) 문제로 실제 임상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심의에서 배제되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 의견이 직접 반영되는 구조 개선과 함께 패스트 트랙과 같은 신속 급여 장치가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검사비에 일괄 적용되는 산정특례 비중을 일부 조정하더라도 실질적인 치료 영역에 대한 지원을 높여 보험 재정이 중증·희귀 질환에 우선 배분되도록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원민 교수는 직접 느낀 환자 보호자 경험을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해 국민청원을 제출하고 국회와 청와대, 국민신문고 등에 급여화를 촉구하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는 "소세포폐암은 진행 속도가 워낙 빨라 환자들이 목소리를 모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는 이런 활동이 특별한 일처럼 느껴졌지만, 보호자가 되고 나니 간절한 마음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원민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시도조차 못 하는 환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심평원이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가치'에 집중해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