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고비 알약 vs 릴리 파운다요 '경구제 전면전' 예고
국산 1호 '에페글레나타이드' 곧 출시…'스위칭·병용' 모델 변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 시장에 안착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경구용 GLP-1 작용제가 미국 FDA 허가를 받았고, 수술에 버금가는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3중 작용제가 임상 3상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첫 국산 GLP-1 비만 주사제가 식약처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비만치료제에 대해 공부하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 하반기 개원가에서 주목할 게임체인저는 무엇일까.
올해 하반기는 GLP-1 계열 주사제인 위고비, 마운자로 양자구도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분기점이 될 예정이다. 국산 1호 비만치료제가 출시 대기 중이며 주사제 이외 경구제 국내 도입도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비만치료제 열풍을 타고 제약사별로 다양한 형태의 약물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개원가에서 비만치료 옵션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비만치료, 마운자로vs위고비 경쟁
현재까지 진료실 내 비만치료제 현주소를 짚어보면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주사제 시장에 첫 출시한 위고비는 개원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후발주자인 마운자로에 역전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의 월간 처방 건수는 출시 첫 달인 2025년 8월 1만8579건에서 11월 9만7344건으로 넉 달 새 5.2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위고비는 처방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4월에는 출시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 20만 건을 넘어섰다. 출시 2주 만에 1만8500건을 기록하며 위고비의 첫 달 처방 건수를 뛰어넘었던 기세가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처방 증가 속도를 설명하는 데이터는 임상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SURMOUNT-5 임상에서 마운자로(10mg 또는 15mg)와 위고비(2.4mg)를 직접 비교한 결과, 72주 시점 평균 체중 감소율은 마운자로 20.2%, 위고비 13.7%로 마운자로가 47%가량 앞섰다.
당뇨병학회 대정부위원회 김대중 위원(아주대병원)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기 전에 마운자로로 해달라고 이미 결정하고 온다"면서 "개인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하고, 2차 치료제로 마운자로 전환을 고려해 위고비를 제안하지만 당뇨 동반 환자는 마운자로가 선택지"라고 말했다.
마운자로의 경우 당뇨병 치료 목적 처방 시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위고비는 국내에서 당뇨 적응증이 없어 실손 청구가 어렵다. 이 차이가 처방 선택을 좌우하는 실질적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비만의사연구회 이철진 회장은 "GLP-1 주사제 시장은 마운자로가 이미 독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기, 경구제 전쟁의 시작
하지만 SGLP-1 비만치료제가 경구제 시장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어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마운자로 출시로 매출에 타격을 받은 노보노디스크는 국내 도입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위고비 알약 허가를 받았으며, 출시 첫 달인 올해 1월 주간 처방 건수 5만 건을 기록하며 초기 수요를 확인했다.
다만 마운자로를 출시한 릴리 또한 경구제 시장을 준비하고 있어 노보노디스크 입장에서 국내 출시를 앞당기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가정의학과의사회 한 임원은 "경구제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위고비 알약이 먼저 선점하면서 릴리의 파운다요가 쫓아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주사제에서는 마운자로에 밀렸지만 경구제에선 선점 효과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비만치료제 경쟁이 과열 상태로 경구제 국내 도입도 빨라질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주사제에 국한됐던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이 경구제로 확대되면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사제→경구제 전환…공복이 필요한 약VS공복이 필요없는 약
이처럼 주사제 이외 경구용 비만치료제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개원가 처방에 또 한번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는 펩타이드, 비펩타이드 두 계열로 나뉘면서 임상 현장에서 어떤 치료제가 우위를 점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위고비는 펩타이드 계열로 위장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흡수 보조제를 함께 넣은 방식으로 위장 안에 이물질이 없는 공복 상태에서 삼켜야 하고 복용 전후 30분은 음식은 물론 물도 120mL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또한 릴리의 파운다요(오퍼글루퍼)다. 올해 4월 1일 FDA가 허가한 이 약물은 소분자 비펩타이드 GLP-1 작용제로, 음식과 물 섭취 제한 없이 하루 한 번 언제든 복용할 수 있다.
펩타이드와 비펩타이드 계열 간 경쟁도 주목한 만 하지만 일단 주사제에서만 국한된 시장이 경구제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김대중 위원은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은 감량률이 다소 낮더라도 경구제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구약의 경우 꾸준히 유지하면 오히려 임상적으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사제의 경우 비용 및 편의성의 한계로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경구제는 지속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임상 현장 의료진들의 전망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 국산 GLP-1 주사제의 첫 출시
또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국내 비만치료제 주사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는 비용부담으로 '비만치료'를 시작하지 못한 환자군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일선 개원의들도 국산 비만치료제 출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현재 마운자로-위고비 양자구도에서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된 이 약물은 올해 안에 출시를 목표로 상용화 조직이 이미 가동 중이다.
이는 비만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40주 중간 데이터에서 최대 30%의 체중 감소 효과와 평균 9.75%의 체중감소율을 확인했다.
동양인이 위고비 글로벌 임상에서 서양인 대비 2~3%p 낮은 체중 감소(15% vs 13% 수준)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위고비 대비 비슷하거나 1~2%p 낮은 수준에 위치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일선 개원의들은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출시와 관련해 "비용적 측면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 제약사는 영업력 등을 기반으로 가격적인 측면에서 개원가 중심으로 빠르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3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수술 효과 넘보는 28.7%
또한 당장 올해 진료실에서 출시될 가능성은 낮지만 주목할 만한 약물은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다. 이는 비만치료제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물질로 GLP-1, GIP, 글루카곤 세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3중 작용제로, 글루카곤 수용체의 추가가 핵심이다.
기존 GLP-1·GIP 이중 작용제(마운자로)가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면, 여기에 글루카곤이 더해지면 에너지 소비도 동시에 증가한다.
지난 2025년 12월 발표된 TRIUMPH-4 임상 3상 탑라인 결과가 그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줬다. 최고 용량(12mg)군은 68주 시점에 평균 28.7%의 체중 감소, 평균 약 32.3kg(71.2파운드)을 감량했다. 3상 비만 임상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58.6%의 참가자가 2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했는데, 이는 대사비만수술(바리아트릭 수술)의 전형적인 감량 범위(25~35%)에 진입한 수치다.
이철진 회장은 "임상에서 중단한 환자들 상당수가 부작용이 아니라 체중이 너무 많이 빠져서 투약을 멈춘 사례들이었다"며 "기존 비만 약물에서는 볼 수 없던 탈락 이유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만치료 개원의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졌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해당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욕 말고 지방을 직접 태운다" 다음 세대 플랫폼 siRNA
또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이외 다음 세대 플랫폼으로 소간섭 RNA(siRNA) 치료제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고지혈증 치료제 인클리시란이 이미 6개월 1회 피하주사 제형으로 시판 중이고, 고혈압 siRNA 치료제도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RNA치료제가 비만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철진 회장은 기전의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 GLP-1 약물은 모두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해 밥을 안 먹게 해서 간접적으로 지방을 줄이는 방식"이라며 "ALK7을 타깃으로 하는 siRNA는 식욕과 전혀 상관없이 지방세포 자체를 직접 표적해 지방 연소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먹는 것과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지방을 줄이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올릭스가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 3월 공개된 ALK7 타깃 비만 치료제 OLX501A의 영장류 전임상 데이터에서 3mg/kg 단회 투여 결과 2주 시점에 지방조직 내 ALK7 mRNA가 최대 84% 감소했고, 4주 시점에도 약 70% 억제가 유지됐다.
올릭스는 내년 상반기 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글로벌에서 가장 앞선 경쟁사(애로우헤드)와 약 1년 차이 수준이라고 밝혔다. GLP-1 계열 약물과 병용 시 체중 감소 효과가 추가로 나타난다는 전임상 데이터도 확인되고 있어, 향후 병용 요법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회장은 "지금 몇 년은 GLP-1의 세상이었다면, 몇 년 후에는 RNA 치료제의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