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스스로 관리하는 시대…인지 분야 인바디 꿈꾼다"

발행날짜: 2026-06-18 05:20:00
  • [인터뷰] 에이블테라퓨틱스 김형준 대표이사
    "음성 분석으로 인지장애 선별…바이오마커 결합 정확도 제고"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혈압·혈당을 집에서 관리하듯 인지 건강도 스스로 관리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에이블테라퓨틱스 김형준 대표는 음성 AI 기반 인지평가 소프트웨어 '스픽(Spick)'의 미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치매를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넘어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인지 건강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지난 2월 음성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치매 위험도를 평가하는 '스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3등급 의료기기 승인을 획득했다. 환자의 음성만으로 인지장애 위험군을 선별하는 국내 최초 치매 진단 보조용 디지털 의료기기다.

김 대표가 음성 기반 치매 진단 연구에 뛰어든 것은 2018년. 당시 디지털 바이오마커 연구는 ADHD나 파킨슨병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었지만 치매 분야는 관련 연구가 많지 않았다.

그는 "치매는 시장 규모가 크고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사회적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다가 음성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블테라퓨틱스 김형준 대표는 음성의 발화 특성에 인지장애 관련 지문이 남아있다며 스픽의 구현 원리를 설명했다.

스픽은 환자의 음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인지장애 위험도를 평가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전화를 통해 제시되는 질문에 답하면 된다. 검사 시간은 약 10분 내외.

김 대표는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 단순히 기억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며 "질문에 답하기 전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같은 표현을 반복하고, 문장 구성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화 속도와 억양, 단어 선택, 문장 구조 등에서도 정상인과 차이가 나타나는데 스픽은 이러한 변화를 포착해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며 "사람이 듣고 판단하기 어려운 수백 개 이상의 음성·언어학적 특징을 추출한 뒤, 이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인지장애 위험도를 산출한다"고 했다.

8년간의 연구 끝에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그가 바라보는 목표는 의료기관 내 진단 보조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치매 선별검사는 MMSE(간이정신상태검사)와 같은 지필검사가 중심이지만 주로 기억력 평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한계가 있다. 검사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하고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향후 인지 건강 관리 체계가 지금의 만성질환 관리 방식처럼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신체 건강은 운동과 식단 관리로 평소 스스로 관리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간다"며 "인지 건강도 마찬가지로 개인이 평소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다가 이상 신호가 발견되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스픽이 지향하는 방향도 기존 검사 대체보다는 '초기 선별'이다. 음성을 통해 기억력뿐 아니라 발화 속도, 머뭇거림, 언어 표현 방식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을 분석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역할이다.

김형준 대표는 "궁극적으로 MMSE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기보다 치매 1차 선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 검사들이 포착하기 어려운 인지 영역까지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등장한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치매 치료제 역시 에이블테라퓨틱스의 비전에 힘을 싣고 있다. 해당 치료제들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조기 발견할수록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픽은 제시한 문장을 읽게 하고 머뭇거림이나 떨림 등 주요 발화 특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인지장애 위험도를 평가한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조기 선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인지 건강을 관리하고 이상 신호 시 조기에 치료받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신약의 치료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 연구에도 착수했다. 음성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 눈동자 움직임 등 다양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펜으로 그림을 그릴 때 나타나는 움직임, 필압 변화, 주저하는 행동 등을 분석하면 음성과 마찬가지로 인지 저하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연구기관들과의 협업도 비전에 무게를 더한다. 현재 회사는 미국 MIT와 음성 기반 대규모 언어모델(LLM)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테라퓨틱스가 보유한 1만 2000여 건의 치매 환자 음성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LLM이 인지장애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프로젝트로 논문은 이미 작성된 상태다.

일본 호쿠리쿠 선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JAIST)과도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양측은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음성 기반 인지평가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 치매 진단 과정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인지 평가 문항을 LLM으로 분석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음성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결합해 인지 기능 변화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드로잉, 시선 추적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복합적으로 결합해 분석하면 훨씬 이른 단계에서 인지 저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반복해서 언급한 미래상은 '인지 분야의 인바디'다.

건강검진에서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에 올라가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측정하듯, 앞으로는 검진센터나 지역 보건기관에서 스마트폰 또는 전용 단말기를 이용해 10분가량 음성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측정이 끝나면 인지 기능 점수와 치매 위험도, 기억력·집행기능·언어능력 등 세부 영역별 변화 추이가 수치화돼 제공된다.

김형준 대표는 "스픽의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쌓이면 검진센터에서 인바디 검사를 하듯 인지 검사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인지 영역을 정량화된 수치로 보여주는 플랫폼이 대중화돼 개인이 스스로 인지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 이용자는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며 자신의 인지 건강 변화를 확인하고,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병원에서 MRI나 아밀로이드 PET-CT 같은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며 "혈압이나 혈당, 체성분을 관리하듯 인지 건강 역시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활용 분야도 병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 에이블테라퓨틱스는 경기 부천시와 함께 의료취약계층 노인 3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기반 AI 인지평가 서비스 '스픽 AI 인지콜'을 운영하며 사업성을 검증했다. 스마트폰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일반 전화만으로 인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부천시 사업을 대표 레퍼런스로 삼아 올해 전국 지자체와 치매안심센터, 통합돌봄 사업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라며 "AI가 대상자에게 전화를 거는 아웃바운드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직접 전화를 걸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인바운드 AI 콜 시스템도 개발 중에 있다"고 했다.

그는 "전화 연결부터 문진, 검사 진행, 결과 분석까지 전 과정을 AI가 수행하는 구조로, 향후 지자체가 별도의 전문 인력 확충 없이도 지역 주민들의 인지 건강을 상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특히 고령층 전담 인력이 부족한 지역사회에서 효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블테라퓨틱스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치매를 진단하는 AI 기업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인지 건강을 측정하고 예측하며 관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것.

김 대표는 "10년 뒤 어떤 기술이 나올지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며 "검사는 더 간단해지고 더 정확해질 것이며 인지 건강도 혈압이나 혈당처럼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치매를 병원에서 발견하는 질환으로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개인이 일상 속에서 위험 신호를 확인하고 대처하는 질환으로 바뀔 것"이라며 "에이블테라퓨틱스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의료기기·AI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