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김민환 교수, DB-09 연구 바탕 학술적 의미 평가
"해외 사례 답습 대신 근거 바탕 한국형 기준 마련해야" 강조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 환경에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의 국내 적응증 허가가 이뤄지면서 학계와 임상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DESTINY-Breast09'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번 1차 치료 적응증 확대는 4기 유방암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편, 국내 치료 순서(Sequencing)와 보건의료 급여 정책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6일 해당 임상시험에 참여한 연세암병원 김민환 교수(종양내과)를 만나 DESTINY-Breast09 연구가 갖는 학술적 의미와 국내 유방암 치료 환경의 개선 과제를 짚어봤다.

mPFS 40.7개월 확인…고형암 치료 새 지평
김민환 교수는 DESTINY-Breast09 연구에 대해 "좋은 효과를 보였던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약물을 HER2 양성 환자의 1차 치료에 조기 적용했을 때의 치료 성적을 확인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퍼투주맙 병용요법은 40.7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mPFS)을 기록하며 기존 표준 치료인 THP 요법의 26.9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4% 낮췄다(HR: 0.56, p<0.00001). 객관적 반응률(cORR) 또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군이 85.1%로 THP군의 78.6%보다 우세했다.
김 교수는 "2~3기 정도의 췌장암 수술을 했을 때와 비교해 보자면, 4기 유방암 환자에서 PFS 자체만으로도 거의 (췌장암 수술의) 전체생존율(OS)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예전에는 불치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불치병이 아닌 수준까지 온 것"이라고 평했다.
유방암, 폐암, 대장암 등 발생률이 높은 주요 고형암의 4기 단계에서 완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라는 점은 향후 치료 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좋은 약이 나온 만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고 실제 생존율 증가도 확인해야 한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조기(Early)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암병원에서는 12~14명 규모의 환자가 DESTINY-Breast09 임상시험에 참여해 병변 크기가 80% 이상 100% 미만 감소한 'Deep PR' 상태나 완전관해(CR) 등의 장기 반응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이 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고위험 환자군으로 뇌전이 환자와 유전자 변이 환자를 지목했다.
그중 첫 번째는 '뇌전이 환자'다. 김 교수가 주 저자로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증상이 없는 HER2 양성 또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뇌 MRI를 시행한 결과 9.8%에서 뇌전이가 발견됐고, 후기 치료까지 추적했을 때는 19.6%까지 확인됐다.
기존 THP 치료 중 갑작스러운 뇌전이 발생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감안할 때, DESTINY-Breast09 요법의 선제적 적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두 번째 고위험군은 'PIK3CA 유전자 변이' 동반 환자다.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군이지만, 이번 연구의 하위 분석 결과 PIK3CA 변이군에서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의 mPFS는 36.0개월로 THP군의 18.1개월 대비 질병 진행 위험을 48% 낮추며 개선 효과(HR: 0.52, 0.35-0.77)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상반응 관리 측면에서도 기존 THP 요법이 유발하는 탈모와 심한 손발 저림(말초신경병증)에 비해 엔허투는 말초신경병증 빈도가 적고, 울렁거림은 약제로 완화할 수 있어 차별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려가 큰 간질성 폐질환(ILD) 역시 현장 경험이 축적되면서 선제적 투약 중단 후 회복 전략으로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부연했다.

"실질적 백본 안착…전향적 급여 기준 필요"
현재 국내 임상 현장에서 엔허투의 사용량은 비급여 장벽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이다. 김민환 교수가 최근 6개월간 병원 내 항암제 처방 건수를 분석한 결과, 엔허투는 700~800건 이상 사용되며 처방 상위 20위권 내에 진입했다.
그는 "처방의 절반 정도가 비급여임에도 이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엔허투가 이미 일상적인 치료제가 됐고, 사실상 백본(Backbone)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임상적 유용성과 현장 수요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1차 치료에서 DESTINY-Breast09 요법을 사용할 경우 이후 2차 치료에서 엔허투 급여 인정이 어려워지고, 기존 THP 요법은 1차에서만 급여가 인정되는 구조적 장벽 탓에 진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까다로운 실정이다.
이에 김 교수는 단순한 해외 사례 답습을 넘어 국내 보건의료 환경에 맞는 새로운 급여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요 암종에서 장기간 억 단위의 약제비가 소요되는 초고가 혁신 신약이 등장한 만큼 기존과 다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환 교수는 "기존 사례를 참조하기보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4기 암 환자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가 등장했다. 이런 약제가 고가라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그대로 참고하기보다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입원만 하면 전액 지급되는 일부 실손보험의 비효율적인 지출 구조를 꼬집으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약제의 타당성을 면밀히 평가하되 건강보험 산정특례 보완이나 부분 급여 등 국내 실정에 맞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HER2 양성 유방암은 특정 생활 습관이 아닌 유전자 재배열 등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며, 30~50대 젊은 환자층도 많다"며 "이 문제를 단순한 이해관계의 관점이 아니라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