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GPU 확보한 국내 기업들…차세대 의료 AI 개발 속도

발행날짜: 2026-07-23 05:30:00
  • 정부 지원으로 '초거대 연산 자원' 확보…LLM·멀티모달 전환 본격화
    국산 NPU+인텔 GPU 연계…클라우드 비용 절감 및 B2B 문턱 완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면서 의료 인공지능(AI) 시장의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내 AI 기업들도 GPU를 활용한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며 거대언어모델(LLM)과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고 학습하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국내 기업들이 자체 인프라 확보를 통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서 주목된다.

■단일 솔루션 한계에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로 패러다임 전환

22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단일 솔루션에서 벗어나 차세대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의료 AI 솔루션은 특정 문제 해결엔 효과적이지만, 질환마다 별도 알고리즘을 훈련해야 해 확장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솔루션들이 파편화된 형태로 진료 워크플로우에 적용되면서 오히려 업무 복잡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의료계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의 범용성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이 모델은 의료 영상, 임상 기록, 검사 결과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 형태를 자율적으로 학습해 다양한 진료와 환자군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초거대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막대한 연산 자원과 천문학적인 클라우드 운영 비용을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 100개의 H100 GPU를 구축하는 데 하드웨어 비용만 수십억 원이 소요될 정도로 초기 인프라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 GPU 활용 지원 사업 등 대규모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이 이뤄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기업들이 대규모 GPU 자원을 확보해 클라우드 비용을 절감하게 된 것. 동시에 페타바이트(PB) 규모의 데이터 통합과 멀티모달 언어모델 학습 기술이 성숙하면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본격화한 상황이다.

■딥노이드·제이엘케이, 자체 인프라로 비용 절감 및 B2B 확장 가속

실제 딥노이드는 약 1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엑스레이, CT, MRI와 텍스트를 아우르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인 '메드제로'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 지원 사업을 통해 H200 GPU 256장을 확보, 100억 원 이상의 클라우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모델은 270억 개의 파라미터를 기반으로 4조 개 이상의 텍스트 토큰과 1000만 건 이상의 흉부 엑스레이 데이터 등을 학습했다.

자사 내부 벤치마크 평가 결과 의료, 한국어, 수학, 일반 등 4개 도메인 전 영역에서 구글의 공개 모델 '메드제마'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메드제로는 평균 78.4점을 기록해 52.6점에 그친 메드제마 대비 월등히 높은 성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자체 인프라 확보를 통한 해외 의존도 저감과 전력 효율 증대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딥노이드는 자사 흉부 엑스레이 판독 보조 솔루션인 M4CXR을 퓨리오사AI의 2세대 반도체 레니게이드(RNGD)와 결합해 안정적인 운영 실증을 마쳤다.

판독 성능 저하 없이 엔비디아 H100 대비 2배 이상의 전성비를 달성하는 등 국산 기술만으로 자립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딥노이드 최우식 대표는 "아무리 판독 품질이 뛰어난 모델이라도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과 전력을 요구한다면 현장에 확산할 수 없다. 반도체 인프라 파트너인 퓨리오사AI와 협력하게 된 이유"라며 "의료 AI와 반도체 모두를 국내 기술로 연결해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낮춘 지속 가능한 'K-메디컬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이엘케이 역시 자체 의료 멀티모달 LLM 플랫폼인 '주메드'를 고도화하며 인프라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인텔과 협력해 인텔 그래픽처리장치(GPU) 환경에서 주메드의 구동 안정성 및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병원 등 의료기관은 민감한 환자 데이터를 다루는 특성상 보안이 철저한 폐쇄망이나 사내 구축형(온프레미스) 환경을 선호한다. 하지만 고가의 엔비디아 GPU 인프라를 개별 병원이 직접 구축하기에는 예산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제이엘케이는 엔비디아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총소유비용(TCO) 효율이 높은 인텔 GPU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두 시스템 모두 상용화 기준치를 웃도는 고정밀 분석 성능을 충족한 가운데, 총소유비용을 고려한 비용 대비 성능 관점에서 인텔 시스템이 한층 뛰어난 효율성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하는 다변화된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것. 개별 병원 예산과 기존 IT 환경에 맞춘 유연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된 만큼, 초기 도입 비용 부담 절감을 통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장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빅테크 대항할 '국산 생태계' 필요…인프라+체력 있어야

의료산업계는 이 같은 국내 의료 AI 기업들의 움직임을 단순 장비 확충이 아닌 글로벌 시장 생존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거대 플랫폼과 연산력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에 침투하는 상황이다. 독자적인 인프라 기반의 멀티모달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하드웨어 인프라 확보는 서비스 단가 절감에 더해 연구개발 동력 확보로 이어진다. 막대한 외부 클라우드 운영 비용을 아껴 멀티모달 모델 고도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덕분이다.

민감한 환자 데이터를 다루는 의료기관 특성상 보안이 철저한 폐쇄망이나 온프레미스 환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공략 지점이다. 다변화된 자체 인프라 설계 능력을 갖춘다면 개별 병원 예산과 IT 수용 환경에 맞춘 최적화된 하드웨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

이와 관련 한 의료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의료 AI 경쟁은 단일 질환을 판독하는 알고리즘 정확도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제 멀티모달 데이터 생태계를 누가 먼저 선점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로 판이 바뀌었다고 본다"며 "하드웨어 인프라 운영 능력이 곧 소프트웨어의 성능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체 인프라를 통한 비용 절감과 국산 반도체 및 대체 GPU 생태계 확보는 기술 주권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료 AI가 의료진의 워크플로우 전반에 침투하는 에이전틱 시대로 접어들수록 기업의 인프라 체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의료기기·AI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