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박상준 기자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차기 대표이사를 저울질하고 있다. 후보는 셋이다. 39년 근속한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 영업·약품사업 라인의 유재천 부사장, 그리고 2023년 외부에서 합류해 렉라자 상업화를 이끈 김열홍 R&D 총괄사장. 이사회는 늦어도 9월 중순까지 한 명을 확정해야 한다.
이 인선이 유독 관심이 많고, 덩달아 중요한 이유는 하나다. 유한양행에는 오너가 없다. 유일한 박사의 유지에 따라 지분 상당수는 공익법인 몫이고, 후계는 혈연이 아니라 이사회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오너가 있는 회사라면 결과가 나빠도 버틸 언덕이 있다. 유한양행에는 그런 언덕이 없다. 이사회가 잘못 뽑으면, 그 책임을 물을 대주주도 없다. 그래서 이번 선택은 더 엄격해야 한다.
내부인이냐 외부인이냐는 사실 부차적인 질문이다. 39년 근속이 자격이 되지 않는다. 외부 영입이라는 신선함도 자격이 되지 않는다. 시장과 투자자, 경쟁 제약사들이 보는 기준은 단 하나, 취임 이후 무엇을 만들어냈느냐다. 매출, 파이프라인, 기술수출, 주가. 이 네 가지 외에 이사회가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준이 흐려지면 어떻게 되는지는 최근 한국 축구가 잘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은 2024년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했다. 선임 당시 외국인 후보와 나란히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는 대한축구협회 위원장에게 위임된 판단으로 홍 감독이 낙점됐고, 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은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결과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홍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고, 국회 청문회까지 불려 나가 선임 과정의 특혜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선임 기준이 애매하면, 결과가 나빴을 때 책임 소재도 애매해진다. 조직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른다.
반대로 다케다제약은 결과로만 승계를 결정했다. 235년 역사의 이 일본 제약사는 2015년 처음으로 외국인 크리스토프 웨버를 CEO에 앉혔다. 글로벌화를 내걸고 해외 M&A와 외국인 경영진 영입에 나서던 시점이었다. 2019년 67조원을 들인 샤이어 인수 직후 주가는 20% 가까이 빠졌고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국적도, 인수 리스크도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다케다는 그해 매출이 전년 대비 57% 늘며 세계 매출 10위권 제약사로 올라섰다.
결과가 논란을 덮었다. 2025년, 다케다 이사회는 다시 성과를 기준으로 미국 사업부를 이끌던 줄리 킴을 만장일치로 차기 CEO에 선임했다. 국적도, 성별도, 순혈주의도 따지지 않았다. 성과를 낸 사람이 다음 자리에 앉았을 뿐이다.
유한양행은 이 두 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변화를 통해 어떤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유한에 따라붙는 꼬리표. 변화를 두려워 하는 조직이다. 이 변화를 이끌어낼 새 대표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한양행 이사회에 묻고 싶다.
내부 승진을 택한다면, 그것이 조직 안정을 위한 결정인가, 아니면 결과를 묻는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결정인가. 외부 인사를 택한다면, R&D 성과 하나만으로 경영 전반을 맡길 준비가 됐다고 확신하는가. 어느 쪽이든 이사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같다. 임기 중 결과를 못 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어야 한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물러난다. 이 원칙을 인선 발표와 동시에 명문화해야 한다. 완곡한 임기 보장이나 조직 안정 논리로 결과 없는 3년, 6년을 버티게 해서는 안 된다. 주인 없는 회사가 지켜야 할 유일한 규율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그 규율이 흔들리면, 100년을 쌓아온 유한양행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사장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결과로 보여주는 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