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호 칼럼위원

[메디칼타임즈=손문호 위원]대법원이 병원에서 간병인이 시행한 가래 흡인, 즉 석션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석션을 시행한 간병인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간병인에게 석션을 지시하고 교육한 의사에게는 무면허 의료행위 공모 책임을 인정한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사건은 뇌출혈로 기관절개술을 받은 환자에게 간병인이 석션을 시행하다 발생했다. 간병인은 흡인 카테터를 삽입한 상태에서 잠이 들었고, 환자는 기관 손상과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 법원은 석션이 호흡곤란과 감염을 예방하는 의료행위이며, 비의료인이 시행할 경우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사망한 결과는 무겁다. 카테터를 꽂아 놓은 채 잠들고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지 않았다면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석션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다시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관절개 환자가 퇴원할 때 의료진은 보호자에게 석션 방법을 교육한다. 보호자는 집에서 환자의 가래가 차면 직접 석션을 시행한다. 그렇다면 집에서 보호자가 하던 석션도 무면허 의료행위인가.
석션은 위험이 없는 단순한 생활행위는 아니다. 잘못 시행하면 출혈, 점막 손상, 감염,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기관절개 환자에게 석션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는 생활 유지형 처치이기도 하다. 모든 석션을 수술이나 마취와 같은 고도의 의료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살펴야 할 핵심은 석션 자체보다 구체적인 과실이다. 흡인압과 삽입 깊이를 지켰는지, 시행시간을 초과했는지, 환자의 산소포화도와 호흡상태를 관찰했는지, 이상징후가 발생했을 때 즉시 보고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또한 간병인이 독자적으로 석션을 시행한 것인지, 의사나 간호사의 지시와 병원의 관행 아래 수행한 것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간호사가 간병인에게 석션을 맡겼다면 교육과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하고, 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간호업무를 간병인에게 전가했다면 조직적 책임도 함께 따져야 한다.
기사에 따르면 법원도 병원의 만성적 인력 부족과 구조적 한계,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석션을 시행해 온 관행을 양형에 반영했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뒤 간병인과 의사 개인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관행을 만들어 낸 간호인력과 업무분담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의사의 책임도 무한정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의사는 치료방침과 위험요인, 석션 필요성을 판단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간호사와 간병인이 수행하는 모든 반복적 처치에 직접 입회하고 일일이 감독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간호사의 감독 책임과 간병인의 시행상 과실까지 모두 의사에게 포괄적으로 귀속시키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이번 판결 이후 병원들은 간병인의 석션을 전면 금지하는 안내문을 게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지문을 붙인다고 환자의 가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석션을 의료인만 시행하도록 하려면 그에 맞는 간호인력과 수가를 국가가 먼저 보장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처벌 확대가 아니라 기준의 정립이다. 급성기 환자나 산소포화도가 불안정한 환자의 고위험 석션은 의료인이 직접 시행해야 한다. 반면 상태가 안정된 장기 기관절개 환자의 반복적 석션은 일정한 교육과 술기평가를 이수한 보호자나 간병인이 의료진의 관리 아래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환자 사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과실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지시와 교육 아래 이루어진 반복적 간호·간병행위까지 무조건 무면허 의료행위로 확대해 중첩 처벌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
집에서 보호자가 하던 석션과 병원에서 간병인이 하던 석션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달라야 하는 것은 처벌 여부가 아니라 교육과 감독의 수준이다.
환자 안전은 금지와 처벌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현실에 맞는 인력, 교육, 책임체계를 마련할 때 비로소 지켜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