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억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 신약 데이비고 임상 가치 평가
부작용 적어 고령 환자 낙상·금단증상 우려 최소화 장점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현대인의 스트레스, 야간 스마트폰 사용 증가 등으로 국내 불면증 환자 수가 76만 명을 넘어섰다.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새로운 기전의 불면증 치료제인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 '데이비고(레보렉산트·한국에자이)'의 국내 출시가 예고돼 임상현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순천향대 서울병원 주병억 교수(신경과)를 만나 진료현장에서 체감하는 불면증의 실태와 기존 수면제의 한계, 그리고 데이비고 도입이 가져올 불면증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잔 것 같지 않은' 수면 한계
우선 주병억 교수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만나는 불면증 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이며, 젊은 층 역시 스트레스와 생활습관으로 인해 수면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는 증상이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어 낮 동안의 일상 기능 저하로 이어질 때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이러한 만성 불면증 치료에 오랫동안 쓰여온 기존 약물은 졸피뎀 성분의 비 벤조디아제핀계열 치료제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벤조디아제핀계 수용체 작용제 등도 활용돼 왔다.
문제는 현재까지 활용 중인 이들 수면제가 가진 기전상의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기존 수면제는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 작용을 강화해 강제로 수면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졸피뎀 등은 입면을 빠르게 돕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깊은 수면을 증가시키거나 수면의 생리적 구조를 회복시키는 약은 아니다. 실제로 수면검사를 해보면 빨리 잠들었더라도 얕은 수면이 많아 환자들이 '잠은 들었는데 잔 것 같지 않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 환자에게 발생하는 안전성 문제와 장기 복용 시의 의존성 위험을 강조했다.
그는 "GABA 계열 약물은 근이완, 어지럼증,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약물 대사 능력이 떨어진 고령 환자는 다음 날 아침까지 약효가 남아 근력과 균형감각이 저하되고 낙상 위험이 커진다"며 "수면의 질을 보완하기 위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장기간 병용할 경우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한 사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생리적 수면 유도로 불면증 치료 패러다임 전환
최근 국내에서 허가받은 데이비고는 기존 수면제와 작용 기전부터 궤를 달리한다. 뇌 전체를 강제로 억제시키는 대신, 뇌의 각성을 유지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Orexin)'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자연스러운 수면 상태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데이비고는 올해 하반기 임상현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한국에자이는 국내 신경과 병‧의원 분야 영업‧마케팅 강점을 지닌 SK케미칼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상태다.
주 교수는 "불면증 환자들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각성 수준이 과도하게 유지되는 '과각성'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비고는 이 각성 신호를 낮추어 잠드는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수면 중 잦은 깨어남과 이른 아침 각성을 개선해 수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비고는 오렉신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기존 GABA 계열 약물에서 나타나던 근이완이나 자율신경 기능 저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주 교수는 "이러한 특성은 고령 환자의 야간 및 익일 낙상 위험을 줄이고 낮 시간의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약물 중단 후 금단 증상이나 반동성 불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3상 임상 SUNRISE 1, 2연구에 따르면, 데이비고는 수면 개시와 유지 개선 효과를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약물 중단 후 뚜렷한 금단 증상이나 반동성 불면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 중 SUNRISE 1 연구에서는 졸피뎀 서방형 대비 야간 후반부 각성시간 개선에서 유의한 우월성을 보였으며, 12개월 장기 투여 시에도 ISI 점수 개선 등 치료 효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주 교수는 "데이비고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엄격히 관리되기는 하지만, 기전 자체가 비교적 생리적이고 선택적이며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이 커 처방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며 "임상연구에서 오렉신의 미세한 조절만으로도 졸피뎀 수준의 입면 효과와 수면의 질 개선을 이끌어낸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인지행동치료(CBT-I)를 권고하지만, 국내 진료 환경상 1인당 상담 시간이 부족하고 환자들의 빠른 효과 선호 등으로 현실적으로는 약물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활용한 CBT-I 역시 사용 편의성과 비용 부담 등으로 실질적인 활용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주 교수는 지적했다.
주 교수는 "기존에는 졸피뎀만으로 수면의 질을 해결하기 어려워 벤조디아제핀계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데이비고는 이러한 약물들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면의 질과 유지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며 "앞으로 불면증 약물치료 현장에서 데이비고의 처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 교수는 "데이비고가 뛰어난 생리적 기전을 가졌더라도 불면증의 원인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므로,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건강한 수면 습관과 환경을 가꾸는 생활습관 교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