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일송학원, 민간 주도 의료 기술 사업화 컨퍼런스 개최
"임상 아이디어 사장 막아야" 의사·기업 간 실질적 네트워킹 구축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로 의료 현장이 격변하고 있지만, 관련 사업을 시작하는 것엔 여전히 제도적 장벽이 있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임상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이를 기술과 사업화로 연결할 생태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법인일송학원이 민간 주도 헬스테크 협력 플랫폼을 제시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오는 9월 10일 열리는 'MEeT 2026'를 시작으로, 임상 현장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실제 시장과 환자에게 닿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13일 학교법인일송학원은 간담회를 열고, 오는 9월 10일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의료 기술 사업화 컨퍼런스 'MEeT 2026'의 기획 배경과 세부 목표를 발표했다.
■우수한 의료 기술, 묻히지 않으려면 "건설적 만남의 장 필수"
학원 측은 현재 국내 의료 AI 프로젝트의 시범 단계 실패율은 80%에 달한다고 짚었다. 기술 개발 실패율 역시 70%를 웃도는 등 의료진의 임상적 통찰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윤은주 원장은 이를 두고 "국내 의료 수준이 세계적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폭넓게 뻗어나가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 투자, 정부, 병원 등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 건설적인 논의를 펼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의학회나 전시회가 연구 논문 발표나 완성 제품 홍보에 치중돼 실질적인 사업화 네트워킹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
이에 이번 MEeT 2026은 미국 헬스케어 컨퍼런스인 '힐스(HLTH)' 등을 벤치마킹해 철저히 교류와 비즈니스 매칭에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관 주도의 행사에서 벗어나 철저히 민간 영역에서 추진되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정부 예산이 투입될 경우 행사 본연의 취지보다 정책 방향에 끌려갈 우려가 큰 만큼, 독자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의사 창업가와 기술 기업 간의 실질적인 만남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윤 원장은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지만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는 이를 폭발시킬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행사가 단발성 논의에 그치지 않고,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해 연중 지속적인 만남과 사업화 지원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패러다임 변하는 의학교육 "문제 발견부터 협업 역량까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유경호 학장은 임상 현장과 의학교육 현장에서 불고 있는 자발적인 혁신 바람을 조명했다. 과거와 달리 젊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진료 과목 선택을 넘어, 현장의 비효율과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AI나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려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발맞춰 의과대학의 교육 과정도 단순 암기를 넘어 역량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는 것. 한림의대의 경우 공과대학, 소프트웨어학과 등과 융합 과정을 신설해 타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언어와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학장 본인 역시 진료 정보 교류의 한계를 절감해 최근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임상 외적인 장벽에 부딪히며 생태계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체감했다고 부연했다. 아이디어 구현을 넘어 법률, 환자 정보 보안, 초기 투자 유치 및 회계 처리 등에서 전문적인 파트너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유 학장은 "의사들이 진료를 떠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해 더 많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수한 아이디어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시작 단계부터 다양한 전문가와 대화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외부 생태계와의 접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임상 아이디어가 글로벌 과제로 "초기 전문가 파트너십 중요"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감염내과 김용균 교수는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가 실제 기술 개발과 글로벌 사업화로 이어진 사례를 공유했다.
일례로 전 세계적인 난제인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30분 내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맞춤형 신속 진단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3D 프린팅 등을 활용한 치료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김 교수는 학술 교류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연구진과의 협업이 기술 개발의 돌파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아이디어 교환을 넘어 이들과의 만남이 국제 공동 연구 과제 '유로스타스(Eurostars)' 선정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국내 조인트 벤처 설립 및 추가 기술 개발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
다만 김 교수는 이 같은 과정이 개인의 우연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의사가 현장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인허가 규제, 투자 유치, 사업 모델 구축 등의 낯선 과정을 돌파하지 못해 혁신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다.
김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매일 환자를 보며 느끼는 갈증을 실제 기술로 구현해 환자를 살리려면 의사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초기 단계부터 창업 선배와 투자자, 기술 파트너를 조기에 만나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마련된다면 국내에서도 더 많은 의료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다음 달 10일 열리는 'MEeT 2026' 컨퍼런스에선 ▲국내 주요 의사 창업가 대담 ▲글로벌 진출 및 인허가 전략 등 의료 기술 사업화 전 과정을 아우르는 7개의 실무 세션과 1대1 비즈니스 컨설팅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