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 진료 체계 구축을 위한 전담 조직 마련 및 가동
'환자 자기 평가 도구(PROM)' 확대…"효율적 방향 제시"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치기반의료(Value Based Healthcare)를 국내에 정립시키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이 팔을 걷고 나섰다.
환자 자기 평가 도구(Patient-Reported Outcome Measures, PROMs)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담 조직을 마련하며 한국형 가치기반의료 모델 정립에 나선 것. 국내 실정에 맞는 효용성 있는 모델을 정부에 선제적으로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아산병원 이제환 진료부원장은 1일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치기반의료가 정립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항목을 차용해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의 위상에 걸맞게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가치기반의료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환자 자기 평가 도구를 확대할 것"이라며 "또한 오는 10월 심포지엄을 통해 학술적 근거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치기반의료는 의료의 목적을 생존율이나 치료 결과 개선에만 두지 않고 투입된 전체 비용 대비 치료 전후 삶에서 체감하는 건강 상태까지 포함하는 환자 중심의 진료체계를 의미한다.
식도암 수술 후 완치됐지만 수술 부위의 반복적인 협착으로 음식 삼키는 게 어렵다면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부분까지 감안해 케어하는 모델이다.
이제환 진료 부원장은 "서울아산병원은 가치기반의료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양적 성장보다 질적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체계적인 기반을 다져왔다"며 "1989년 개원 당시 의사 중심, 병원 중심의 폐쇄적인 의료 풍토 속에서 국내 최초로 환자 중심 병원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993년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의료 질 향상(PI) 전담팀을 구성해 환자 안전 사례를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진료 프로세스를 점검해 왔다"며 "2012년에는 자체 의료 질 관리 시스템인 아산글로벌스탠다드(AGS)를 구축해 환자가 병원에 들어온 후 나가기까지 모든 접점을 평가해 의료 서비스 질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GS는 세계적인 의료기관 평가 기구인 JCI 인증에 의존하지 않고 병원 특성에 맞춘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기준 개발부터 규정 수립, 자체 평가까지 병원 스스로 시행한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 자기 평가 도구를 확대하고 전담 조직을 마련해 보다 체계적으로 가치기반의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서울아산병원의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 조민우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 작게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가치기반의료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다소 분열적이고 파편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이를 개념화해서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환자 자기 평가 도구는 가치기반의료를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는 환자 개인의 건강 상태를 의료진과 제 3자의 개입 없이 환자 스스로 직접 보고하는 걸 의미하는 지표.
환자가 증상, 기능, 삶의 질을 체계적으로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의료진이 놓치기 쉬운 변화를 조기 포착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치료 안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환자 중심의 치료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2026년 'PROM 운영위원회'를 시작으로 전담팀을 구축해 이미 일부 진료과에서 시행 중인 기초 단계의 PROM을 확대 및 고도화하고 있으며 전용 플랫폼도 마련했다.
현재 수집된 데이터를 46개 진료과에서 진료와 연구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목소리를 치료 방향 설정과 의료 질 향상 활동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제 표준화 및 글로벌 협력을 통해 신뢰도 높은 환자 중심 의료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는 것이 서울아산병원의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박수성 기획조정실장은 "정형외과 교수로서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교훈 중 하나가 바로 X레이를 보고 환자를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 자체가 곧 주요 지표이며 목표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치료 결과도 좋아야 하지만 의사가 예상하지 못한 환자의 불편함을 케어하는 것도 의료기관이 해야할 일"이라며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최대의 만족도를 얻기 위한 방향을 준비해 왔고 가치기반의료를 천명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중증 노년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 후까지 전주기 진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위드원(WithONE) 프로그램도 이러한 가치기반 의료 구축의 일환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중증 노년 환자의 재입원 문제를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2020년 시니어환자위원회를 설립해 치료 연속성을 높이는 진료체계 구축에 앞장서 왔으며 2021년부터 이를 위드원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운영하고 있다.
위드원 서비스를 이용한 고령 환자만 5년간 1만 명이 넘으며, 고령 환자 맞춤형 사회복지 서비스 연계 건수는 총 5천 건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한국형 가치기반의료 모델을 학술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오는 10월 28일 열리는 가치 기반 의료 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서울아산병원은 환자 중심 가치의료의 필요성과 함께 세계 유수 병원의 모범 사례, 서울아산병원의 실천 활동 및 향후 계획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제환 진료부원장은 "이미 유럽과 싱가폴 등에는 환자 자기 평가 도구는 물론 이에 대한 평가 기구와 체계가 상당 부분 정립돼 있는 상황"이라며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해서 적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미 성공적 모델을 구축한 국가의 주요 병원 사례를 함께 검토하고 서울아산병원이 가고자 하는 길을 공유하며 우리나라에 맞는 가치기반의료 체계 구축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